
"역시 강호동의 진행력...손흥민 선수가 이렇게 편하게 웃는 건 처음 보는 듯"
반응만 봐서는 여느 방송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은행 유튜브 채널 '하나TV'에 달린 댓글이다. 금융권이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예능과 드라마, 밈(meme) 등 대중적 포맷을 활용해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시도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TV'에서 예능 토크쇼 콘텐츠를 제작했다.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로 유명세를 떨친 강호동이 이번엔 '무릎팍박사'로 진행(MC)을 맡았고 축구선수 손흥민과 가수 지드래곤(GD)이 차례대로 출연했다. 세 사람은 모두 하나은행의 공식 홍보모델이기도 하다.
파급력은 대단했다. 지난달 손흥민 편은 지난달 23일 공개한 뒤 일주일 만에 조회수 300만회를 넘기더니 이젠 400만회를 넘보고 있고, 발언 하나하나가 '쇼츠' 등 짧은 영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GD 편은 지난달 30일 공개 후 이틀 새 150만회를 돌파했다. 은행 콘텐츠로선 이례적인 흥행이다.

가벼운 일상형 콘텐츠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삶에 스며들고 있다. 케이뱅크는 주 이용층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인스타그램 릴스(Reels)로 '슬기로운 밥상(자취생 저렴하게 요리하기)' '4만원대 서울 데이트코스' 같은 콘텐츠를 만든다.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에 녹아들면서 브랜드 노출 효과도 노린다.
Sh수협은행은 고래 캐릭터 '라온'을 앞세워 소셜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직장인의 애환과 일상 공감, 심지어 어이없는 아재개그까지 녹여내 웃음을 유발한다. '회사 생활에서 한 번쯤 겪는 순간'을 포착한 2컷 만화들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콘텐츠가 은행 홍보를 대신한다.
우리은행은 아예 대형 OTT 플랫폼과 협업했다. 쿠팡플레이의 인기 웹드라마 '직장인들'과 함께 제작한 에피소드는 SNS에서 누적 조회수 3500만 회를 넘겼다. 현실적인 직장인 캐릭터와 업무 상황 속에 우리은행 브랜드를 위트 있게 녹여내며 금융권의 홍보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영상·SNS 기반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흐름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경제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형 콘텐츠가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웃음과 공감, 드라마적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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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에는 금융 정보 콘텐츠가 포화 시장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유튜브·블로그·경제 전문 채널 등 이미 금융·경제 콘텐츠는 넘쳐나고 있어 은행이 콘텐츠를 제작해도 차별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단순 정보 전달보다는 재미나 문화적 요소를 가미해 자생력 있는 콘텐츠로 소비자의 '알고리즘을 사냥'하려고 시도한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과도하게 비용을 투입하고 단발성 이벤트성 콘텐츠만 쏟아내다가 실패하고 사라진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들어 꾸준히 포맷을 다듬고 SNS 흐름과 소비자 취향에 맞춘 기획을 반복한 끝에 지금의 성과들로 이어졌다.
동시에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스타의 출연이나 인기 콘텐츠와의 협업은 대중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접근 장벽을 낮추고 캐릭터·밈 마케팅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확장한다. 금융업에 대한 딱딱한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본질은 돈을 안전하게 다루는 것이지만 서비스업의 성격으로 보면 금융소비자들의 일상을 연결하는 콘텐츠 파워가 더해지면서 문턱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며 "재미와 감성을 더한 기획물들은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