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만명 신용사면 단행 불구
신평사서 3년간 활용 '불이익'
카드발급·신용대출 등 불가능

"사기업인 은행의 연체기록은 강압적으로 삭제하면서 국세 체납기록은 왜 삭제를 안 해주나요? 국가에 강하게 항의하고 싶습니다."(한 소상공인)
금융위원회가 5000만원 이하 연체자 370만명에 대해 연체금을 다 갚으면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단행했지만 정작 국세 체납기록은 장기간 공유해 서민과 소상공인의 재기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용사면이 되면 신용점수가 올라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진다. 문제는 연체정보보다 신용점수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체납정보는 체납한 세금을 완납해도 3년간 신용평가에 활용돼 신용사면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데 있다.
9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5000만원 이하 대출 연체자 중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한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해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시작했다. 연체자 370만명 중 연체금을 다 갚은 257만7000명이 우선 신용점수가 상향됐다. 나머지 112만6000명도 연말까지 전액을 상환하면 별도 신청 없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 연체정보 기록은 삭제되지만 체납정보는 포함되지 않아 '반쪽 신용사면'이란 비판이 이어진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5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한 경우 체납금을 다 갚지 않으면 7년간 신용정보원 등의 공공정보로 공유된다. 7년 안에 체납된 세금을 완납하면 공공정보 기록에선 삭제되지만 CB사(신용평가사)가 체납이력을 3년간 활용해 신용거래에 불이익을 준다. 결과적으로 밀린 세금을 완납하더라도 3년간은 신용점수가 대폭 하락해 신용카드 발급이 안되고 신용대출도 사실상 어렵다.
한 소상공인은 "사업을 하다 보면 정말 어려워서 부가세와 같은 국세를 불가피하게 체납하는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국세를 완납해도 체납한 사실이 3년간 신용평점에 반영되는데 은행 연체보다 3~4배가량 신용하락 영향도 더 크다"고 호소했다.
세무당국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7월 소상공인 개인회생 정보공유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빚을 못 갚아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더라도 1년간 성실히 상환하면 신용카드나 소액대출 등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제기한 정책제안에 대해 금융위가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특단의 1호 조치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