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주요 금융지주가 잇달아 감액배당(비과세 배당)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하나·신한금융지주가 내년 감액배당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면서 감액배당이 업계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감액배당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바꿔 배당하는 방식이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수익률은 일반 배당보다 감액배당을 받았을 때 크게 높아진다. 일반 배당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익의 분배)으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지만 감액배당은 기존 주주가 낸 자본금을 되돌려주는 형태(자본의 환급)라 배당소득세가 붙지 않는다.
하나금융은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감액배당 재원 규모를 파악해놓은 상황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충분한 수준의 감액배당 재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내년 주주총회나 이런 시기에 감액배당을 할 수 있는 준비는 해놓되 금융당국(의 의견)이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가며 (감액배당을) 추진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감액배당 추진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감액배당은 배당가능이익이 있어 문제가 없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감액배당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감액배당을) 고려할 수 있다. 긍정적인 스탠스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내년도 계획을 세우면서 이사회 논의를 거쳐 정리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를 위한 배당 정책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금융지주의 입장은 3개월 전보다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25일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감액배당과 관련해 충분히 검토했으나 현재로선 감액배당 시행을 홀딩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같은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현재 시점에서 감액배당을 실시할 계획은 없다.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히 있어 검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3분기 들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감액배당에 대한 입장도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과 이자를 합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5% 종합소득세를 매기지 않고 별도로 분리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 완화안이다. 내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감액배당까지 추진될 경우 개인투자자의 금융주 유입은 더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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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 당장 올해 결산배당부터 감액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 중 감액배당을 시행하는 건 우리금융이 최초다. 우리금융은 감액배당을 위해 올해 3월 일찍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다. 감액배당을 실시하면 우리금융의 배당수익률은 5%대로 올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분기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만큼 하나금융도 개인투자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감액배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감액배당이 개인투자자를 위한 좋은 주주환원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게 신한금융의 일관된 의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