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금융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소비자보호 실효성 강화 방안을 국회, 소비자, 학계 등과 논의했다. 금감원은 상품 제조사와 판매사가 서로 소비자보호 역할을 수행하는지 감독하도록 하고 상품 판매시 소비자에게 수익률보다 손실 가능성을 강조하도록 판매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금융투자상품 개발·판매 단계에서의 소비자보호 실효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홍콩H지수 ELS, 해외부동산펀드 등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상품 설계·판매 전 과정에 소비자보호 장치가 내재된 금융감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원장은 △상품 설계 단계에서 선제적 소비자보호장치 구축 △소비자 이해 수준에 맞춘 설명의무 준수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성 강화를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예로 201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급성장한 해외 부동산펀드를 꼽았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2025년 8월 기준 설정액이 90조2000억원으로 2015년(12조2000억원)과 비교해 약 7배 불어났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부동산 경기침체로 부실이 현실화되며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과정에서 상품의 제조와 판매 모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실제 금감원이 확보한 벨기에 펀드 녹취에 따르면 증권사 직원은 "벨기에 정부에서 임차료를 주는 거라 못받을 위험이나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기에 펀드는 909억원 전액 손실이 난 상황이다.
이날 박시문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금투상품 설계·판매 책임성 강화 방안으로 상품 제조사와 판매사 간의 공동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제안해 발표했다. 판매사에게는 제조사가 상품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감시자 역할을 부여해야 하고, 제조사는 판매사가 주요 위험을 충분히 소비자에게 전달하는지 감독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박 국장은 개인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춘 '핵심 위험 기재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특히 일반인 대상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가이드라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법·리스크관리부서의 영업부서 견제기능을 키우기 위해 독립적인 상품 리스크 평가를 하도록 하고 관련 기록 보관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새로운 판매절차 개선 방안도 계획 중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은행 거점 점포에서만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하는 강제 규제와 더불어 투자자가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 규제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기존 판매방식에 '손익구조를 시각화하고 손실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추가 설명서'를 더했더니, 투자자들이 한 상품에 집중하기보다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를 원금보장이 되는 다른 상품과 비교하는 추가 설명서를 활용했더니,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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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 제언을 검토해 향후 감독 업무에 충실히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18일에는 실손보험 등 보험상품, 27일에는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예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 원장은 "금융사에게 소비자 보호는 단기 비용이 아니라 신뢰 구축과 성장을 위한 장기 투자임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오늘 논의한 내용을 감독업무에 충실히 반영하고 국회·관계기관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