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국민성장펀드', 시작 전부터 깜깜이 논란 왜?

단군 이래 최대 '국민성장펀드', 시작 전부터 깜깜이 논란 왜?

박소연 기자
2025.11.18 17:00
150조 규모 국민성장펀드 개요/그래픽=이지혜
150조 규모 국민성장펀드 개요/그래픽=이지혜

단군 이래 최대 펀드로 평가받는 국민성장펀드가 현판식과 업무 협약식을 가진 17일, 국회에선 관련 예산 심사에 제동이 걸렸다. 150조원이란 대규모 펀드의 핵심 내용이 부재하단 이유 때문인데, 이재명 대통령의 중점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장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첫 회의에서 국민성장펀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했으나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단 이유로 야당에서 1조원 전액 감액 의견이 나온 끝에 보류됐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 75조원, 민간 75조원씩 구성한 펀드 150조원으로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과제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소위 회의에서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매우 위험하다. 깜깜이 펀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성장펀드는 전체적으로 모든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로 2026년도 예산 전액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정훈 의원은 목표 수익률을 물었으나 금융위 관계자로부터 '20년간 운용할 거라 답변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목표 수익률이 없는데 성공 여부는 뭘로 판단하나. 이제야 계산기 두드리냐"고 질타했다. 이어 "박근혜·이명박·노무현 등 과거 정권의 대규모 펀드가 대박난 경우는 없고 상장 폐지되거나 수백억원 손실을 남기고 끝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국민참여 뉴딜펀드'의 10개 펀드 평균 수익률은 2.1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년 만기 예금금리(2~3%)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이는 정부 재정이 손실을 먼저 부담한 기준(일반 국민 체감 기준)으로, 재정 자금을 제외한 실제 펀드 수익률(자펀드 기준)은 평균 0.75%에 불과했다. 타 부처의 AI 예산 등과 중복된단 우려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6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민성장펀드와 기존 정책펀드 간 투자처가 중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이밖에 이자비용과 투자처 명단, GDP(국내총생산)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지 등을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자 "준비가 안 되고 적절하지 않아 반대"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우려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며 "펀드 목표에 따른 실행계획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재명표 '생산적 금융'의 상징적 사업인 만큼 여당이 밀어붙일 수밖에 없단 것이다. 김대식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태로는 펀드가 실효성이 없다"며 "금융위에서 만족스러울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소소위에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도 우려가 많다. 5대 금융지주가 10조원씩 총 50조원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 방향을 알 수 없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혁신산업으로 자금이 흐르게 한다는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자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높은 수익률과 성장성을 담보하려면 정부가 지원계획과 방향성을 꼼꼼이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자칫하면 검증된 사업 위주의 안전한 투자에 머물거나, 기존에 민간 자본이 투입되던 영역에 간판만 바꿔 정책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이번 대규모 펀드조성이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인력을 갖고 있으나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중소 기술기업들 위주로 투자를 집행하되 고용을 요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매출액을 투자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했다.

실효성을 위해선 민간 개입이 필수적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성장펀드가 성과를 내려면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민간기업에 맡겨서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발전 가능성 있고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민간기업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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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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