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감' 점쳤나… 일부 은행 충당금 20% 적립

단독 '경감' 점쳤나… 일부 은행 충당금 20% 적립

이강준 기자, 권화순 기자
2026.02.03 04:04

'홍콩ELS' 관련 과징금 2조원 사전 통지
KB국민·하나·NH농협 20~30%만 쌓아
신한 50%·SC제일銀 100% 반영과 대조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 통지 받은 은행들이 사전 통지 금액의 20~30%만 지난해 경영실적에서 충당금으로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별로 작게는 20%만 쌓은 곳도 있고, 과징금 전액(100%)을 적립한 곳도 있다. 향후 과징금 확정 규모가 절반 이하로 경감되거나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NH농협은행은 홍콩 ELS 관련 사전 통지된 과징금의 20~30%만 지난해 결산실적 충당금에 반영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50%를 쌓았고, SC제일은행은 업권 중 유일하게 100%를 반영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5개 은행에 2조원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KB국민은행이 1조원대로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크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3000억원대, 농협은행은 2000억원대, SC제일은행은 1000억원대로 전해진다. 은행별 충당금 적립률을 고려하면 충당금은 1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충당금은 은행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비용이나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금액을 말한다. 미래에 발생한 손실을 계상한 금액이기 때문에 충당금이 클수록 순이익은 줄어든다. 은행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홍콩 ELS 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쇼크'는 없었던 셈이다.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그래픽=이지혜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그래픽=이지혜

충당금을 낮게 쌓은 은행일 수록 홍콩 ELS 관련 금융당국의 최종 과징금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홍콩 ELS 제재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은행들은 과징금 최종 부과액이 2조원보다 크게 경감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경감액이 크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진행하면 은행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일부 민사소송 1심에서 투자자 책임을 강조하는 판결이 연달아 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투자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과징금 확정 이후 행정 소송을 진행할 경우 은행이 미리 쌓아둔 충당금 규모가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충당금을 적게 쌓아야 재판에서 '투자자 책임이 크다'는 주장의 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예상하는 과징금보다 덜 쌓은 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ELS 충당금은 금감원의 감독 규정이 아닌 회계법인의 최선추정원칙에 따라 적정 충당금을 정한다.

금감원은 그러나 투자자가 패소한 일부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볼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송에서 진 투자자는 과거 ELS 투자 경험이 13차례였고, 투자원금도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법적 판단과 과징금 결정은 완전히 다른 개별 사안"이라며 "일부 민사소송 사례가 ELS 피해자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열린 금감원 홍콩 ELS 2차 제재심에선 은행권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가 적정한지 논의됐다. 은행권은 제재심에서도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감안할 때 과징금 규모가 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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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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