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사외이사에 회사 성과와 연동해 자사주 지급 사례 없어

BNK금융그룹의 정기 주주총회에 사외이사에게 일정한 경영성과를 달성할 경우 자사주를 부여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주주 제안 안건으로 사외이사에게 책임경영과 동기부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영진 감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이 퇴색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 이사회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 라이프자산운용의 제안을 받아 사외이사에게 'RSU(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를 부여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라이프운용은 7개 조건을 충족하는 사외이사에게 매년 이사회 승인을 거쳐 BNK금융 주식 3000주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전년 대비 배당금 10% 이상 증액 및 배당소득분리과세 요건 충족 △총주주환원율 47% 이상 △결산 기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12.5% 이상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시스템화 △연 1회 이상 사외이사 과반이 주주에게 이사회 주요결정 사항 설명 △주주추천 사외이사 전원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이사회 출석률 90% 등이다.
라이프운용은 이번 제안이 '주주-회사-이사진'의 '이해관계 일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가 하락이나 실적 악화가 사외이사진의 자산에도 영향을 미쳐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취지다. 특히 라이프운용은 BNK금융의 총자산이익률(ROA)이 지나치게 낮은 점에도 사외이사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BNK금융의 지난해말 ROA는 0.54%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iM금융(0.45%) 다음으로 낮다.
라이프운용 고위 관계자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오래 있어 왔다"며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이 최소 자사주 보유 기준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안건이 통과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BNK금융 사외이사진들은 '이해상충 우려'를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객관적인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주식 가치를 부양하는 경영 방향성에 우호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재 BNK금융의 사외이사 7명은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아울러 일부 사외이사 사이에서는 경영 방향이 지나치게 '밸류업(기업가치제고)'에 쏠리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이프운용이 내건 배당, 총주주환원율 등 상당수 조건이 밸류업과 관계있는 경영지표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이사진들은 오히려 AX(인공지능 전환)와 전산망 개편 등 내부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투 뱅크 체제에서 전산망을 각각 유지하면서 안 써도 될 비용으로 연간 약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BNK금융의 사외이사 성과 연동 자사주 부여 안건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사외이사에 대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사외이사가 자사주 200주를 보유하도록 규정하지만, 이 경우도 회사가 자사주를 지급하는 게 아닌 사외이사 본인이 직접 선임 후 6개월 내 매입해야 한다.
타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성과에 연동해 추가적인 급여나 주식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제도"라며 "라이프운용을 제외한 주주들도 낯설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경우에는 자사주 보유가 권장되는 사내이사 등 경영진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사외이사가 상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등 회사의 성과에 직접 기여하는 게 아님에도 성과에 따라 주식 보상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경영진 감시라는 사외이사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