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3년 보험사도 외형보다 내실, 수익성보다 건전성으로 '승부'

'IFRS17' 3년 보험사도 외형보다 내실, 수익성보다 건전성으로 '승부'

이창명 기자
2026.03.15 06:55

[MT리포트]IFRS17 3년차 실적쇼크, 올해부터 진검승부 ④

[편집자주] IFRS17 도입후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으로 실적을 부풀렸던 보험사들의 '회계적 마법'이 3년만에 풀렸다. 도입 첫해 순이익이 45% 증가했던 보험사들은 지난해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수만명의 설계사를 동원해 신규 계약을 늘렸는데도 일부 보험사는 오히려 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회계 가정의 가이드라인이 전면 도입되는 올해, 보험사들의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2025년 보험금 예실차/그래픽=김지영
2025년 보험금 예실차/그래픽=김지영

지난 3년간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이를 성적표로 입증하는 시기다. 전문가들은 IFRS17에 적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보험사 간의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도 단순영업을 통한 보험료 유입액보다 자본건전성과 미래이익인 보험계약서미스마진(CSM) 등을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지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선 국내 대형보험사들은 올해 외형성장보다는 예실차 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위 보험사 삼성생명은 올해 특히 '새나가는 돈'을 막아내는데 가장 힘을 쏟기로 했다. 예실차란 미리 추정한 보험금·사업비(예정)와 실제로 발생한 금액(실제)의 차이를 뜻한다. 예실차 손실은 예상보다 실제 보험금이 더 많이 나갔다는 뜻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예실차는 3702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이같은 예실차를 줄이기 위해 보험금 부당청구 등을 훨씬 정교하게 잡아내는 시스템을 갖춰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선 여전히 불합리하게 청구되는 보험금이 많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를 최소화해 고객들의 신뢰를 높이고 최대한 불필요한 부분에서 자본이 감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주요 보험사 가운데 예실차 손실이 3799억원으로 가장 큰 한화생명도 올해 예실차 손실 축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예실차 확대에 따라 손익이 많이 감소했다"며 "하지만 수술이나 입원에 대한 특약 한도 축소, 과잉진료 심사 강화를 통해 예실차를 관리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는 긍정적인 보험손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이 가장 많은 현대해상은 장기계약 부채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현대해상은 보험업계에서 '듀레이션 갭'(자산만기-부채만기)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듀레이션 갭이란 보험사의 보유 부채와 자산의 만기 차이를 나타낸다. '0'에 가까울수록 부채와 자산의 만기가 일치해 금리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적고, 멀어질수록 예민해진다.

듀레이션갭이 커지면 결국 순자산가치인 자본에 영향을 주면서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을 흔드는 요인이 된다. 현대해상의 듀레이션 갭은 지난해 1분기 말 -3.2년(자산 9.3년-부채 12.5년)에서 지난 연말 -0.7년(자산 10.9년-부채 11.6년)으로 축소됐다. 장기채 매입을 늘리고 3년 이하 단기계약 상품 판매에 주력해온 결과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이 나지 않더라도 건전성을 관리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계약당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 상품 판매 등에 집중해 계약의 질적 개선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 등 영업현장 평가 방식도 전면 개편을 예고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선다. 특히 과거의 매출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회사의 장기적 가치에 기여하는 '고가치 계약' 비중을 핵심 지표로 삼는 방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 보험사는 더 이상 자산 규모나 당기순이익만 보고 서열을 매기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금리 같은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자본건전성, 정교한 손해율 관리를 갖춘 회사가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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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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