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신탁' 시범 사업 이어 본격 진출 위한 법개정 추진
은행, 7조 '유언신탁' 침범 우려… "상호 개방" 의견도

국민연금이 올해 치매머니를 겨냥한 공공신탁 서비스를 출시한 가운데 초고령 시대를 맞아 부상 중인 유언대용신탁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유언대용신탁에 공을 들여온 은행권에선 국민연금이라는 '대어'의 등장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4월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를 출시했다. 이후 3개월 만인 7월에는 4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이 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신탁제도 시범사업의 일환이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앓아 스스로 재산관리가 어려운 기초연금수급자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국내 첫 공공신탁 상품이다. 아직 시범사업이기에 지원대상과 위탁재산에 제한을 두고 있다. 위탁재산 범위는 현금성 자산으로 한정하고 위탁재산 상한액은 10억원으로 설정했다.
국민연금은 법개정을 통해 공공신탁을 통한 본격적인 시장 참전을 예고했다. 국민연금이 공공신탁 역할을 수행하려면 치매관리법에서 국민연금이 재산관리 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국민연금법상 공단 업무에 공공신탁업무를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부처 승인을 근거로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법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민간 유언대용신탁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국내에서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는 은행들의 영역이었다. 가입자가 모은 자산을 미리 은행에 수탁해놓고 이후 자금관리부터 사후상속까지 맡기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이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내놓은 이후 시중은행이 하나둘 참전해 치매안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부 은행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승계, 증여 서비스와 함께 묶은 컨설팅 서비스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법률, 세무, 부동산, 신탁전문가를 모은 토털케어조직을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은 신탁부 내에 전담조직을 마련했다.
이에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매년 성장해 규모가 7조원에 육박한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잔액 규모는 올 7월말 기준 6조6163억원으로 2024년말(3조5058억원) 대비 3조원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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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탁의 등장으로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긴 하지만 은행 실무부서에선 공공신탁의 대상이 중산층으로 확대될 경우 경쟁격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 공공신탁과 금융기관의 치매안심신탁은 일부 고객과 기능이 겹칠 수 있어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사회적 책임과 함께 수수료 체계에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신탁을 연기금뿐만 아니라 민간 은행에까지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나온다. 은행권에 누적된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신탁사로 들어간다면 기존 고객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신탁의 대중화와 시장 저변 확대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