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논란]④

금융회사에 보이스피싱 피해의 무과실 배상책임을 지우는 대신 '새도약기금'과 같이 공동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정부 등 보이스피싱 예방·수사에 역할을 가진 주체들이 함께 재원을 출연하고, 기금이 피해자에게 우선 보상하는 구조다. 피해구제는 신속하게 하고 특정 업권에만 책임을 집중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과실 배상 책임제의 대안으로 금융·통신·공공 부문이 함께 출연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보상기금'을 신설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출범한 새도약기금처럼 별도 법인을 설립해 재원을 부담하는 구조가 힘을 받고 있다.
공동기금의 핵심은 보이스피싱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금융회사와 통신사, 정부가 각각의 역할에 따라 기금에 출연하는 것이다. 금융회사와 통신사의 경우 과거 보이스피싱 사고에서 각각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었는지 분석해 출연비율을 정한다. 특히 4000억원을 출연한 새도약기금의 사례처럼 정부의 재정도 초기 기금 안정을 위해 투입할 수 있다.
향후 출연비율은 기금 운영 이후 사고에서 과실이나 내부통제 소홀이 확인되는 업권에 과중 반영하는 방식이다. 사고 예방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수록 기금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무과실 배상 책임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통신사의 '프리 라이딩' 우려를 벗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후 정부 재정의 경우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환수금과 관련 과징금을 우선적으로 기금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회수된 자금을 다시 기금에 넣는 구조를 만들면 지속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해진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지 않은 국민에게까지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도 줄이는 방식이다.
기금 운용을 위해서 새도약기금의 사례처럼 별도 법인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도약기금은 금융위원회가 감독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새도약기금' 법인을 설립해 독립적으로 기금 관리와 장기연체채권 매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별도 법인이 설립되면 피해자에게 먼저 보상한 뒤 피해금 회수에 나서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회수 전담 조직을 꾸리면 보상 이후 범죄자뿐 아니라 해당 피해 발생에 과실이나 관리소홀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통신사·계좌명의인 등을 상대로 피해금 회수를 추진할 수 있다. 반면 무과실 배상 책임제의 경우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상대로 청구권이 생기지만, 대금을 회수할 수단은 없기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배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분명하다. 우선 피해 보상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과실 책임 배상제의 경우 금융회사마다 서로 다른 내부 의견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기금 법인이 설립되면 통일된 절차에 따라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회사별로 다른 보상 기준에 따라 유사한 피해에 대해 서로 다른 보상을 받게 되는 형평성 문제도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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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기금 법인을 설립하면 해외 범죄조직을 대상으로 소송에도 적극 나서는 등 환수 수단이 다양해진다"라며 "기관별 출연비율 등을 감안해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 책임을 분담해 피해보상 뿐만 아니라 사후 조치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