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고까지 노리는 시중은행…이찬진 '기울어진 운동장' 경고

지방 금고까지 노리는 시중은행…이찬진 '기울어진 운동장' 경고

김미루 기자, 백지현 기자
2026.09.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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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검사시 사업성평가 면밀히 점검

올해 지자체 금고 선정 현황/그래픽=윤선정 기자
올해 지자체 금고 선정 현황/그래픽=윤선정 기자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자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본력이 큰 시중은행이 높은 협력사업비를 앞세워 지방은행의 주요 자금조달 기반인 지역 금고까지 가져가는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향후 은행 정기검사에서 금고의 사업성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오전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최근 입찰 과정에서 은행 간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력의 우위가 있는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는 모습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금고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지자체 금고 운영을 이해타산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함께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도 은행의 지자체에 대한 협력사업비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결정된 것인지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특히 자본력이 큰 시중은행이 지방은행이 맡아오던 지역 금고까지 가져가는 양상이 이어질 경우 지방은행의 유동성 확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 금고를 맡으면 지방세와 각종 재정자금 등 대규모 자금을 4년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지방은행에는 중요한 자금조달 기반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협력사업비를 무기로 지자체 금고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18년 KB국민은행은 광주 남구 금고 입찰에서 더 높은 협력사업비를 제시해 광주은행으로부터 금고를 빼앗았다. 이후 국민은행은 3년간 10억원을 협력사업비로 출연했고 이는 광주은행이 직전 4개년간 출연한 협력사업비(3억원)의 3배 수준이다.

같은 해 51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를 따내기 위해 신한은행도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3015억원을 출연했다. 직전 사업자였던 우리은행이 3년간 출연한 금액(1400억원)의 2배를 넘는다. 행정안전부가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지자체 금고 평가항목 중 협력사업비의 배점을 줄였지만 여전히 협력사업비 존재감을 무시하긴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연금보다는 금리 등 운영 실속을 챙기라는 지침이 예전부터 나왔고 협력사업비의 영향력은 줄었다"면서도 "협력사업비 규모가 크면 후광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세종 '27조 금고' 누구에게…금감원, 역마진·자본적정성 점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8대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정은정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감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 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곽범준 금감원 은행 부원장보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8대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정은정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감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 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곽범준 금감원 은행 부원장보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올해도 지방은행이 기존 금고를 지키기 위해 시중은행과 접전을 벌였다. 약 15조원 규모의 경북도 금고 선정에는 KB국민은행이 새로 도전했다. 농협은행이 1금고, iM뱅크가 2금고에 각각 선정됐지만 2금고를 놓고 iM뱅크와 국민은행의 평가 점수 차이는 2.9점에 불과했다. 지역 금고를 둘러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경쟁이 가시화한 셈이다.

금고 사업자 선정을 앞둔 지역도 연말까지 2곳 더 남았다. 경북에 이어 전남광주와 세종 지역에서도 시중은행의 금고 사업 진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원장의 발언도 이런 경쟁 확산을 경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연간 재정 규모가 약 25조원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 17일 금고은행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쟁이 예상되는데 시중은행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예산이 약 2조3000억원인 세종시도 오는 11월까지 차기 금고 약정을 체결한다.

금감원은 기존 은행 정기검사 사업성 평가에서 들여다보던 금고 사업을 앞으로 보다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은행이 입찰에 앞서 이사회에 보고한 수익성 분석보고서 등을 토대로 높은 예금금리와 협력사업비를 감안했을 때 역마진이 발생하지 않는지,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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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금융부 김미루입니다.

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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