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누가 창조경제를 쏘았나

[광화문]누가 창조경제를 쏘았나

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2014.07.15 06:48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은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가강 강력한 권력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핵심 정책의 성패는 사실 이때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정부가 출범 초기 의욕적으로 제시한 많은 정책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갔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것이 바로 박 대통령이 대선기간부터 경제살리기의 핵심정책으로 내놓은 '창조경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부부처에서 발표하는 주요 정책에는 '창조'라는 단어가 필수어처럼 사용됐다. 그랬던 창조경제가 지금은 어디 갔을까. 창조경제의 대표기업 중 하나로 꼽힌 중견기업 골프존의 사례에서 단서를 찾아보자.

골프존은 창업 14년 만인 지난해 기준 매출 3651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눈부신 성장의 비결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 IT와 골프를 접목해서 '스크린골프'라는 새로운 산업과 더 나아가 문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2012년 기준 스크린골프산업 규모를 약 2조원으로 추산한다. 하나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얼마나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창조경제 대표기업'이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얻은 대가는 혹독했다. 대선정국을 거치면서 지난해 초까지 우리 사회를 휩쓴 이른바 '갑질'에 대한 공분이 이를 부채질했다.

당시 골프존은 신규 판매되는 골프시뮬레이터의 90%를 잠식할 정도로 시장을 독점했다. 여기에 스크린골프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주들의 불만과 원성이 골프존을 향했다.

정치권이 이 좋은 먹잇감(?)을 그냥 놓아둘 리 없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골프존을 압박했다. 결국 올해 1월 골프존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1년간 골프시뮬레이터 신규 판매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동반성장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미리 점주들과의 상생을 챙겼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도 소용없었다. 이미 골프존을 향해 여러 대의 화살이 날아간 상태였다. 지난 2월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법인세 축소신고 등과 관련해서 47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고 5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로젝터 끼워팔기 등을 이유로 43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한 마디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우스갯소리로 검찰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골프존이 국세청과 공정위를 상대로 이의제기를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미 실추된 기업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이다. 창조경제 대표기업이 '악덕기업'으로 전락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기업이 세금을 정당하게 내지 않았거나 법을 위반했으면 당연히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부에선 이를 '성장통'이라 말하기도 한다. 성장에만 몰두하던 기업들이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기업의 틀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통을 넘어 아예 기업의 성장판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골프존은 현재 골프장 운영, 골프용품 판매 등을 주력으로 하는 평범한 기업으로 변했다. 새로운 창조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사업개발은커녕 해외시장 개척도 중단했다. 그 동안의 시련을 통해 체득한 나름의 생존방법이다.

이게 어디 골프존만의 일이랴.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라지고 기업가정신이 꺾인 기업은 이미 그 존재 의의와 가치를 상실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대통령이 나서 창조경제를 외쳐도 그 꽃이 제대로 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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