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기청 '눈치'보는 벤처업계

[기자수첩]중기청 '눈치'보는 벤처업계

전병윤 기자
2014.07.29 06:28

"그 자료요? 일단 중소기업청에 허락을 받아야 줄 수 있는데요" 최근 벤처업계를 출입한 뒤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에 통계를 요청할 때마다 듣던 대답이다. 민감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수치 하나를 알려주는 데, 일일이 주무부처인 중기청의 허락을 얻어야한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벤처단체에선 외부의 업계 실적이나 동향 등 각종 통계 요청을 거절하는 게 관행이 됐다. 중기청이 아닌 벤처단체 등 다른 경로를 통해 통계가 유출되면 해당 기관에 불호령이 떨어져서다. 민간단체에 통계 유출에 대해 책임을 묻는 등 집요한 추궁도 뒤따른다.

벤처단체들이 통계 공개 여부를 놓고 중기청 눈치 보기에 급급한 근거는 중기청이 통계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중기청이 벤처단체에 각종 통계 조사에 대한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며 "사실상 통계나 자료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연히 통계의 소유권이 벤처단체에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으로 통계 자료의 소유권이 민간 기업에 있고 벤처단체가 민간 기업을 대변하는 이익 단체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통계의 원천이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벤처단체가 모든 통계의 공개 여부를 주무부처에 보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벤처업계에선 벤처단체의 통계 공개에 대해 주무부처인 중기청의 간섭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간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기청이 벤처업계에 대한 영향력 행사 수단으로 벤처단체의 통계를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모험기업이다.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핵심이 벤처기업인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 공개 여부마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벤처업계의 경직된 분위기로는 창조경제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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