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샌드위치' 중견기업의 고민

[기자수첩]'샌드위치' 중견기업의 고민

송정훈 기자
2014.08.07 17:18

"같은 중견기업인데, 한쪽에선 완화하고 다른 쪽에선 강화했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한 중견기업 대표는 정부의 2014년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이 같이 말끝을 흐렸다.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의 가업상속 세제 부담은 줄어든 반면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 부담은 늘어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현상이 극명히 드러난다. 2012년 말 기준 개정안의 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대상은 대기업 계열사와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중소기업 제외). 이 때문에 2012말 기준 전체 중견기업 2505개 중 자기자본 500억원이 넘는 1288개(51.2%) 중견기업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납부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1060개(82.6%)가 연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라는 점이다.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든 중견기업 10개 중 8개가 새로운 세 부담을 져야 하는 셈이다. "기업소득환류세 도입으로 정작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에 비상이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기업을 중소기업과 연매출 3000억원에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기존 연매출액 3000억원 미만 1980개(79%)에 연매출액 3000억원~5000억원 276개(11%) 중견기업이 추가로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는 셈이다. "세금 감면에 무작정 반감을 보이던 정부의 중견기업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마저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견기업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때로는 중견기업을 중소기업과 같은 정책적 지원 대상으로 보고, 때로는 대기업과 같은 각종 규제 대상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중견기업계 고위 인사는 "정부의 중견기업 정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잣대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중견기업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새삼 중견기업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견기업연합회의 법정단체 출범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지원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중견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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