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정부주도 벤처펀드 시장 민간중심으로 바꿔야

"앞으로 2년 안에 벤처펀드의 신규투자 규모를 연간 3조원으로 지금보다 2배 확대하고 민간 모태펀드를 출범시킬 수 있는 초석을 만들겠습니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61)은 "벤처펀드를 얼만큼 조성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투자금이 벤처기업으로 실제로 흘러가려면 신규투자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코스닥 활황으로 벤처기업 상장이 확대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인데다 VC(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가 원활해져 추가 투자 여력이 늘고 있는 만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또 "정부의 정책자금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벤처펀드 투자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바꿔야 VC업계와 벤처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민간주도의 벤처투자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석이 되는 민간 모태펀드 출범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전병윤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이달 초 벤처캐피탈업계 수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협회장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연간 벤처펀드의 신규투자를 3조원으로 확대하도록 추진할 겁니다. VC는 지난해 901개사에 1조6393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년도보다 18% 가량 늘어나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벤처펀드의 투자금액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벤처투자 비중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0.13%로 이스라엘 0.62%, 미국 0.2%를 밑돕니다. 적어도 3조원 이상으로 확대돼야 벤처 선진국 수준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규모는 연간 24조원 가량이라고 합니다. VC 전체가 다 모여서 투자한 금액이 이제 1조원을 넘었다는 건 이에 비하면 매우 작은 겁니다.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의 투자금은 대부분 외국에 공장 등을 짓는데 활용되지만, VC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그 돈은 곧바로 직원을 고용하는데 쓰입니다. 경제적 효과가 훨씬 뛰어난 셈이죠. 투자금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는 게 아니고 대부분 우리나라 안에서 순환되고요. 그래서 벤처펀드를 통해 신규투자가 늘어난다는 건 경제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규 투자를 확대하려면 그만큼 투자 대상 기업이 늘어나야 하는데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해 내는 건 어려운 문제죠.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VC의 투자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게 보입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벤처기업이 등장해서죠. 한 기업당 200억~300억원씩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쿠팡에 한번에 2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500억~1000억원 이상으로 투자규모가 더 확대될 겁니다. VC의 연간 벤처투자 규모가 3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제2의 벤처붐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벤처업계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서 보면 질적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요?
▶90년대 후반하고 2000년대 초는 사실 거품이 많았죠. 지금은 벤처산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VC업계의 역사가 일천하기도 했지만 직업으로서의 윤리의식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도적적 해이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벤처투자회사 직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도장을 들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도장을 찍고 다음날 바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건 정상적인 금융회사라고 볼 수 없죠.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제는 VC업계의 질적 발전으로 선진 업무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고 특히 정부 투자금인 모태펀드가 2005년 이후 출범한 후 VC업계의 질적 발전이 크게 이뤄졌습니다. 모태펀드 자금을 받으려면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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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VC업계 활성화는 정부 지원에서 기인한 측면이 큽니다. 민간 활성화는 남겨진 숙제인데 해법이 있다면.
▶지난해 벤처펀드 출자액 중 민간출자자의 출자비중은 40% 수준인 반면 정부 정책자금 출자비중은 60%를 차지합니다. 특히, 국민연금 등 특정출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공적자금에 대한 의존이 높다는 건 지속적인 VC업계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분위기는 우호적입니다. 우선 수익률이 뛰어납니다. 조합 운영을 마친 뒤 해산시점에서 IRR(내부수익률) 기준으로 연 10% 이상을 거두는 곳이 많습니다. 지금 은행 예금 이자율은 1%대이고 주식형펀드 수익률도 상위권이 연 5~10%대 정도인데, 수익률을 일정부분 보장하면서 10%를 웃도는 벤처펀드는 상당히 매력적이죠. 그래서 보험사나 연기금, 공제회 등이 벤처펀드로 자금 집행을 늘리고 있고요. 이러한 기관투자자를 초청해 1년에 한번 교류회도 열고 그동안 VC에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는 LP를 대상으로도 많이 접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교의 적립금을 유치하기 위해 졸업생이 창업한 벤처회사에 일정부분을 투자하는 형태의 벤처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민간주도의 벤처투자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석이 되는 민간모태펀드 출범을 위한 범국가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VC의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민간자본의 VC시장 진입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엑시트(Exit·투자금회수)시장 활성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투자자는 언제쯤이면 투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 예측이 가능해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 투자금 회수의 주요 축인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 활성화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다행인건 최근 들어 코스닥시장이 다시 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코넥스시장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예탁금 기준을 완화하려는 감독당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도 긍정적 요소입니다.
또 중간 회수시장인 세컨더리펀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VC의 보유지분을 IPO 전에 가격을 매겨 인수해주는 세컨더리펀드는 많이 만들어질수록 경쟁이 붙기 때문에 장외 주식의 평가가격에 거품을 만드는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보완책으로 구주 투자를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유통되고 있는 구주를 VC가 인수하는 건 해당 기업에 자금을 직접 공급한 게 아니므로 창업투자회사의 본래 정책 취지와 어긋나서 구주 투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도 일리는 있죠. 다만 VC가 처음에 투자했던 주식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져야 신규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부분에 대해서도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VC가 벤처기업 신주를 인수한 물량의 일정부분에 한해 구주 투자를 인정해주는 절충안도 검토할만 합니다.
또 VC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완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규모가 큰 VC로만 자금이 몰리면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고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VC업계의 저변확대를 위해 국민연금이 그동안 투자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VC를 대상으로 투자를 하는 루키펀드와 같은 방식을 다른 곳에서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VC업계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전문인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민간중심의 재원 확충 뿐 아니라 인적 인프라 확대 정책 역시 중요합니다. 현재 1500여명 규모인 VC업계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인력양성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벤처캐피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회의 교육업무를 대폭 강화해 연간 교육수료생을 현재의 10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하고 현재 연 1회 실시하는 전문가과정을 반기별로 늘려 다양하고 실속 있는 커리큘럼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또 자연스럽게 금융권이나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요새 증권사 IB(투자은행) 인력이나 회계사들도 VC업계로 많이 이직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