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피터팬증후군이 허리 훼손

"0.08%의 중견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10%, 수출의 16%를 차지합니다. 중견기업을 현재보다 10배 확대하면 청년실업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62)은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중견기업이 두터워지는 게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지만 정작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순간부터 적합업종이나 공공구매 입찰 제한 등 수많은 차별적 규제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규제를 완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늘고 대기업으로 커 나가도록 지원하면 고질적인 고용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규모를 잣대로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나눠 지원과 규제를 달리하는 정부 정책의 대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스스로 멈춰버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초래해 경제적 손실을 일어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보호나 지원정책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전병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다음 달이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가 법정단체로 출범한지 1주년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는
▶중견련 회장으로 취임한지 벌써 2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기업을 경영하며 느꼈던 애로사항들, 중견기업과 관련된 법률이나 정부 정책,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피력하지 못했던 점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녔습니다.
지난해는 중견기업계에 뜻 깊은 해였습니다. 지난해 7월22일 중견기업특별법 시행으로 중견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 근거가 마련됐고 협회도 법정단체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예전보다 업계의 대외 공신력도 강화되고 중견련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역할 또한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액 등 기업의 외형적인 규모 기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규제하는 이른바 '규모의존 정책'(size-dependent policy)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피터팬 증후군'이 대표적인데요, 대안이 있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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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일자리의 88%를 중소기업이 만든다는 것이지요. 일각에서는 '9988'을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만, 사실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했음에도 중소기업만 늘어났을 뿐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에 각종 지원정책이 집중되자 중소기업에 계속 머무르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려면 기존 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정말로 어려운 영세소상공인이나 소기업들을 위한 배려는 필요합니다만 그렇지 않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을 해서 살아남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보호나 지원정책이 아니라 경쟁 촉진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죠. 다만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을 할 때 차별받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공정경쟁 질서를 철저히 확립하는 보완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난 8일 열린 중견기업계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간담회에서 규제 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중점을 두고 추진할 규제 개선은 무엇인가요.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성장 둔화, 내수 침체, 후발주자의 추격, 청년실업 증가 등 성장 동력이 많이 약화됐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합니다.
청년실업은 늘고 있는데 정년 연장·통상임금 확대 등 노동시장 경직성은 심화되고 투자를 확대하라면서 정작 중요한 공장 증설 등 입지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또 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을 하려고 해도 여러 규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제반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나면 적합업종, 공공구매 등 수많은 차별규제가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의 0.08%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10%, 수출의 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질도 중소기업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현재 3000여개의 중견기업이 10배 많은 3만개로 늘어나면 청년실업이나 고용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됩니다.

-최근 중견련은 정부에 연구개발(R&D)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세제와 제도 개편을 요구했습니다. 그 배경은.
▶중견기업의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R&D(연구개발)투자와 우수 인재채용이 가장 필요합니다. 중견기업 대부분은 오너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핵심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한 기업이 많습니다.
중소기업 시절부터 열심히 투자하고 기업을 키워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중견기업으로 진입한 후에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토대로 성과를 내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경제 사정으로 인해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중견기업의 R&D 투자여력은 매년 낮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현재까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 지원책은 중소기업청의 '월드 클래스300' 정도에 불과합니다. 세제도 신성장동력 연구개발 분야의 경우 중견기업을 대기업과 동일하게 보고 있습니다. 중견기업 성장부담을 완화하고 R&D를 촉진하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R&D를 강화하려면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데, 중견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심합니다.
▶중견기업 R&D는 인력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처럼 대규모로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이 좋은 인재를 채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견기업 R&D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전문기술인력 부족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업력이 길어질수록 연구인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의 64.5%는 신규채용이 어렵고 10개 중 8개 기업이 인력이탈을 겪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면 대기업으로 이직을 많이 합니다. 중견기업 인력난은 고질적이고 구조적 문제입니다.
특히 지방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중견기업의 경우 스스로는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중견기업 취업자와 장기 재직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매우 절실합니다.
-254년 된 독일의 문구제작사 '파버카스텔'과 같은 장수기업을 키우기 위해 중견련은 지난해 9월 명문장수기업센터를 출범시켰습니다. 명문장수기업 육성을 위해선 가업승계시 세제혜택을 줘야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일각에선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는데.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200년 이상된 기업이 일본은 3000개, 독일은 1500개, 프랑스는 300개가 넘습니다. 우리나라는 200년 된 기업은 하나도 없고, 100년 넘은 기업도 7개에 불과합니다.
한 기업이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성장해 발전하는 것은 경영노하우 등 무형자산의 계승과 고용의 유지 및 창출, 기술의 이전 등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부의 대물림이라는 사회적 저항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그리고 오래된 좋은 기업을 선정해 이들만큼이라도 가업승계와 장기생존이 원활해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30년 이상된 기업이라면 우리의 사회적 자산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술의 대물림' '사회적 책임의 대물림' '국제 경쟁력의 대물림'으로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중견련 출범 1년을 맞는 상황에서 회원사 규모가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회원사 1000개를 목표로 한 '1004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고 현재 회원사 512개로 이제 그 절반에 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중견기업계를 대표하는 회원사들이 대거 가입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5월 중견기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중견기업연구원을 개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서비스들을 확충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중견련에 가입하게 하는 바람을 일으키려 합니다.
특히 회원사 중 실제 해외진출 계획이 있거나 검토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해당 국가의 공공기관 및 단체와 방문, 세미나 개최 등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중견기업과 중견련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중견기업계는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의 사다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고용의 사다리', 중소·벤처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다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성장의 사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의 공유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사회공헌의 사다리'입니다.
중견련은 중견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튼튼한 허리가 되도록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