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뿌리산업 '뿌리' 흔들" 중견·중기 위기감 팽배

[MT리포트]"뿌리산업 '뿌리' 흔들" 중견·중기 위기감 팽배

김유경 기자
2018.07.29 15:32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노동집약 기업들 인건비 상승·생산성 저하 이중고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300여명이 근무하는 금형제조업체 김철수 대표(가명)는 최근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추가고용 등 인건비 부담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성은 전혀 나아지질 않아서다. 중국산 저가제품과의 경쟁 때문에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기도 힘들다.

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인건비만 30억원 가량 늘어난다”며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커지니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방직, 동관 등 뿌리산업이 주 52시간 도입 후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며 “국내 뿌리산업이 사라지면 중국 등이 독과점 형태로 가격을 쥐락펴락하며 위협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추가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호소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난까지 심화하면서 회사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29일 중견·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동파이프 생산업체인 B사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해 지난 5월 말 116명을 채용했으나 2개월 만에 113명이 퇴사했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연장 및 휴일근무가 가능한 인근 소규모 공장으로 이직해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급여뿐 아니라 퇴직금도 줄어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을 안 받는 업체들로 이동한 것.

B사 관계자는 “기술자가 많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사람마저 적응을 못하고 나가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인건비 경쟁력이 큰 중국의 덤핑판매로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 데다 인력난까지 겹쳐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고육지책으로 아르바이트, 외국인 근로자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전체 직원 1500여명 중 생산직이 1000여명인 용기 제조업체 C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생산량이 몰릴 것에 대비해 대체인력으로 200여명의 아르바이트 채용했다. 하지만 대체인력 대부분이 비숙련자이다 보니 생산성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C사 관계자는 “일이 몰릴 때는 추가인력을 투입해 생산량을 맞춰야 하다 보니 월급뿐만 아니라 교육과 보험 등 추가비용 부담도 크다”며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경쟁력 상실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자동화로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성형 제조업체 D사도 인건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생산직은 외국인 노동자가 50% 이상인데 이들을 추가 채용하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며 “올해 전체 급여가 3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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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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