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비 1인당 460만원…미국인 못받고 영국인 받을듯

코로나 치료비 1인당 460만원…미국인 못받고 영국인 받을듯

김근희 기자, 최태범 기자, 지영호 기자
2020.07.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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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외에서 유입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외국인 확진자를 치료하는데 약 32억원의 국가재정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됐다. 진단검사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외국인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왔다. 하지만 ‘한국가면 공짜로 치료해준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해외유입 사례가 늘고 재정 부담이 커지자 앞으로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치료비를 청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1인당 치료비 460만원, 외국인 비용 32.5억

외국인을 대상으로 치료비용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해외유입 사례가 늘었던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외국인 확진자가 소수였던 만큼 정부도 치료비 청구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코로나19와 관련해 입원 진료비로 내외국인 1만5132명에게 총 695억원이 사용됐다. 격리치료 중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확인된 유증상자들도 포함된 수치다.

1인당 평균 치료비용으로 460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당시 해외에서 유입된 외국인 누적 확진자 수 709명으로 계산하면, 외국인의 치료에 사용된 전체 비용은 32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구체적인 외국인 치료비 규모는 집계가 진행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외국인에 얼마나 비용이 들어갔는지 부분은 의료기관·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청해야 산출할 수 있다. 현재 취합하면서 정산 중에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외국인 확진자는 젊은층·경증이 많아 의학적 치료보다는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격리목적 입원을 시키는데서 발생하는 비용이 많다. 격리를 전담병원이냐 생활치료센터에서 했느냐에 따라서도 비용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최근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지역감염자 수보다 많이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 대책본부는 지난 12일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62명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중 해외유입 43명, 지역발생 19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13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2020.07.13. mania@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최근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지역감염자 수보다 많이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 대책본부는 지난 12일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62명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중 해외유입 43명, 지역발생 19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13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2020.07.13. [email protected]

외국인 확진자 두달 새 5.3배 급증

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가 두 달 새 5배 이상 급증하자 정부가 외국인 확진자에 대한 치료비 무상지원 정책을 상호주의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리 국민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나라의 외국인만 무상 치료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 경우 미국을 비롯해 25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은 코로나19 치료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외국인 확진자 치료비를 전액 부담했으나 앞으로 이를 변경할 계획이다. 지난 27일 기준 누적 해외유입 외국인 확진자 수는 762명으로 두 달 전인 지난 5월27일에 비해 5.3배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아직 관련 법률이 개정되기 전인 만큼 정부는 구체적인 변경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격리 조치를 위반하거나, 방역·의료체계에 고의적으로 부담을 준 외국인의 경우 치료비 지원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또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나눠 외국인 치료비 지원에 차이를 둘 방침이다.

상호주의 원칙, 치료비 지원 안하면 의료비 청구

정부는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해외 현지에 있는 한국인에 대해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의 외국인에 대해선 의료비를 청구할 계획이다.

윤 반장은 상호주의 원칙으로 인해 해외에 있는 한국인이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상호주의를 법률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 등을 (행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면 당연히 우리나라도 해당 국가 국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외국인에게 무작정 적용하기보다는 국내 방역상황, 의료체계 부담 등을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기본적으로는 상호주의를 근간으로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의 보호가 증대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건강보험에 가입된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모든 외국인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비용 지원의 경우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40개국 중 15개국만 한국인 치료비 지원

상호주의에 입각해 감안할 경우 최소한 25개국에서 온 외국인 확진자들은 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47개국의 외국인 치료비 지원 정책을 조사 중이다. 중대본은 우선 외교부로부터 40개국에 대한 간이 조사 결과를 받았다.

박 1차장은 "40개국 중 호주·브라질·영국 등 15개국은 외국인과 자국민을 동일하게 치료해주고, 17개국은 조건부로 외국인 치료비를 지원하고, 8개국은 외국인에 대해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건부로 외국인 치료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과 대만이다. 이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에게만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민과 외국인 모두 치료비를 확진자가 부담해야 한다.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은 당초 외국인 확진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했으나 유상치료로 변경했다.

즉,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최소 25개국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다만 이번 결과는 간이조사 결과인 만큼 추후 국가나 세부조건은 바뀔 수 있다.

"치료비 지원책 변경 필요"vs"부작용도 고려해야"

외국인 치료비 지원책 변경에 대해서는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가 한꺼번에 나오는 항만 등에서 외국인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병원에서 한꺼번에 외국인 확진자들을 받아서 치료하려면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주의에 입각해 치료비 지원을 선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우리 국민을 치료해주지 않는 다른 국가에 압박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교적·인도적 문제 등이 결부된 사항인 만큼 보다 신중하게 외국인 치료비 지원책 변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인 확진자가 치료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거나, 치료비 부담을 거부할 경우 자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러한 부작용 등에 대한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한 외국인 확진자 이탈이 생길 경우 우리 방역 자체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인천공항=뉴스1) 이광호 기자 = 해외 입국자들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를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 5일 부터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했으며, 외국인이 자가격리를 위반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추방되거나 재입국을 금지당 할 수도 있다.2020.4.6/뉴스1
(인천공항=뉴스1) 이광호 기자 = 해외 입국자들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를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 5일 부터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했으며, 외국인이 자가격리를 위반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추방되거나 재입국을 금지당 할 수도 있다.2020.4.6/뉴스1

보건재정 전문가 "불가피한 선택, 외국인 치료는 방역 일환"

보건재정 전문가들은 해외 확진자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재정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국가 위상 등을 고려할 때 무상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지만 '퍼주기' 비난이 커지는 데 따른 부담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종합하면 외국인의 감염병 치료는 국내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외국인의 감염병 치료가 내국인의 감염 확산을 막는 방역조치의 일환이라는 의미에서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외국인의 무상치료는 감염병 전파 특성상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많은 선진국은 외국인에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역시 "감염병에 있어선 외국인 관리가 곧 내국인 관리"라며 "비용부담은 상호주의가 맞지만 무엇보다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국가에 무상치료 원칙을 적용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정부 방침은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봤다. 지금까지 정부가 부담해온 외국인 치료비가 우리 재정에 미미하지만 국민정서상 수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윤 교수는 "밀입국자의 자녀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아프면 치료해주는 것처럼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감염병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 다수의 선진국이 해오고 있는 정책"이라며 "반면 우리 국민은 외국인에 너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치료비 전액부담 조치에는 "격리조치 위반자는 방역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니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선지원 후조치 해야...방역 사각지대 관리도 필요

외국인 공짜치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선지원 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외국인의 공짜치료 유입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국가가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협력하는 시기에 이런 공공재정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현 교수는 "(치료 목적 입국의) 먹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우선 치료하고 추후 행위가 적발되면 구상권 행사나 입국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오히려 의료보험 가입이 안된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그 가족같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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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희 기자

안녕하세요? 김근희 기자입니다.

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2026년부터 산업2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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