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는 옛말…떼이기 전부터 지켜주는 이 기업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는 옛말…떼이기 전부터 지켜주는 이 기업

최태범 기자
2026.09.08 08:0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스타트UP스토리] 문문규 머니가드서비스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문문규 머니가드서비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문문규 머니가드서비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친구·가족·연인에게 빌려준 돈.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게 오가지만 대부분 기록으로 남지 않는 거래다. 차용증 한 장 없이 계좌이체 내역만 남기고, 결국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민사소송의 상당수가 이 '기록 없는 돈'에서 시작된다.

분쟁을 줄여주는 자동차 블랙박스처럼 금전거래에도 신뢰를 담보해 줄 '기록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파고든 핀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모바일 전자차용증과 상환관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머니가드서비스(머니가드)'다.

문문규 머니가드 대표의 이력은 전통 금융과는 거리가 멀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병역특례로 IT 기업 재경팀에서 일했고, 이후 15년 가까이 광고·건설자재 유통 분야에서 영업과 채권관리를 담당했다.

창업을 결심하고 그가 세운 기준은 단 하나, 돈과 직접 맞닿은 아이템이었다. 문 대표는 "돈을 벌게 해주는 서비스는 세상에 넘쳐나는데 돈을 지켜주는 서비스는 거의 없었다"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록만 잘 남겨도 지킬 수 있는 돈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조언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판사 친구에게서 나왔다. '기록을 남기는 서비스를 하면 법률 전문가 시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말이었다.

문 대표는 "남의 돈을 뺏어오는 개념이 아니라 전문가를 찾아갔을 때 받을 돈을 수월하게 받고 전문가도 도와줄 맛이 나는 구조를 만들자고 방향을 잡았다"며 "돈과 관련된 블랙박스, CCTV 역할을 하는 기록 장치가 머니가드의 콘셉트"라고 했다.

울산지법 소송, 3개월 만에 끝났다…"사회 인프라처럼 작동"
/그래픽=최헌정
/그래픽=최헌정

머니가드는 금전거래 전 과정을 모바일로 옮겼다. 1분 내외로 전자차용증을 작성하고 전자서명을 마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환 일정 관리, 연체 알림, 증빙자료 정리, 법률 전문가 연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문 대표는 도로변 광고로 익숙한 채권추심 업체들과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그분들은 사건이 다 터진 뒤 사후적으로 회수를 돕는 일을 한다"며 "우리는 사전적인 기록에서 출발해 분쟁이 생기기 전에 회수되도록,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게 돕는 장치"라고 말했다.

머니가드의 가치는 사법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 전자약정금 사건에서 머니가드의 전자차용증이 증거로 채택돼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가 회사에 사실조회를 촉탁했고, 통상 1년 가까이 걸리던 민사 본안 사건이 약 3개월 만에 1심을 마쳤다.

문 대표는 "따로 법원에 홍보한 적이 없는데 소송이 발생하면 우리 쪽으로 금전거래에 관한 사실조회서가 날아온다. 전자차용증 작성 경위와 보관 체계를 정리해 회신한다"며 "머니가드가 이미 하나의 사회적 인프라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머니가드의 누적 이용자는 10만여명, 작성이 완료된 차용증 금액은 5500억원 규모다. 현재 작성 중인 건까지 포함하면 총 2조원을 넘어선다. 작성된 차용증의 평균 금액은 3000만~5000만원, 최고액은 2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지표는 재구매율 40%다. 문 대표는 "한 번만 쓰고 떠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계속 빌려주게 되기 때문"이라며 "근로자들에게 소액 선지급을 자주 해야 하는 사업주 중에는 지금까지 200장 넘게 작성한 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용층도 확장되고 있다. 2040세대가 주축이지만 최근 6070세대 이용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문 대표는 "부모·자식 간 차용증이 세무 증빙 측면에서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고령층과 젊은층의 거래가 늘면서 고령층끼리의 거래로도 파생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육비부터 소상공인 미수금까지…'돈 약속'의 판을 넓힌다

머니가드는 개인 간 거래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과 소기업 거래 관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혼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알림 서비스를 통해 지급 재개가 이뤄지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 대표는 "수기로 작성하고 공증을 받는 차용증은 옷으로 치면 정장에 가깝다"며 "요즘 정장 입을 일이 얼마나 되나. 일상에서 입는 것은 캐주얼한 옷이고, 머니가드는 캐주얼한 돈 거래에 활용하기 좋은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래서 준비 중인 것이 '머니톡'과 '머니캘린더'다. 머니톡은 기존의 딱딱하고 무거운 서류 중심의 차용증 작성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고안된 모바일 채팅 기반의 돈 약속 서비스다.

'이번 달 말에 갚을게'처럼 느슨한 약속도 한 번 등록하면 당근마켓처럼 전용 대화창이 생성되고, 직접 독촉하거나 물어보지 않아도 돈 약속을 자연스럽게 기록하고 상기시켜 줌으로써 심리적 불편함 없이 돈과 인간관계를 모두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머니캘린더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B2B 영역까지 품기 위해 개발 중인 채권 관리 솔루션이다. 소상공인은 이 앱을 켜는 것만으로 '오늘 들어와야 하는 돈'과 '오늘 내가 지급해야 하는 돈'을 한눈에 식별하고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머니가드는 은행권과의 협업을 확대 중이다. OK저축은행 앱에 차용증 서비스를 공급했고 우리은행과는 이체 버튼에 차용증 기능을 붙이는 방안에 대한 PoC(기술실증)를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 전북 1·2기를 거치며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문 대표는 "여러 은행을 만나봤지만 우리은행은 단순히 '안 된다'가 아니라 '이래서 어렵다'며 금융의 원리를 설명해준다. 그게 확실히 달랐다"며 "한 번 관심 갖고 끊는 게 아니라 2년간 꾸준히 가능성을 검토해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송금 시스템에 차용증이 한 번 들어가면 라이브러리 형태로 어느 은행과도 쉽게 연동할 수 있다"며 "비금융권 금전거래 기록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는 엔진이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환대출 등에 활용할 대안 신용평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돈은 시스템이 지켜준다"…금전거래의 디지털 블랙박스 목표

글로벌 시장 개척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케냐 방문에 이어 올해 4월에는 아프리카판 CES로 불리는 '자이텍스 아프리카'에 참가했고, 5월에는 한국생산성본부를 통해 세네갈을 찾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도 초기 접촉을 진행했다. 문 대표는 "나라마다 돈 약속의 종류가 다르다. 아프리카는 생계와 저축, 미국은 자녀 교육비 증빙 이슈가 크다"며 "용도만 다를 뿐 약속에 대한 수요는 세계 어디나 똑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그리는 최종 그림은 '신뢰 인프라'다. 그는 "경조사비도 어떻게 보면 잠재적 채권·채무다. 우리 사회엔 그런 품앗이와 상부상조가 수없이 많은데, 그게 시스템으로 지켜지면 사회 전체의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밤에 안전하게 걸어 다니는 건 각자가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안전망과 인프라가 튼튼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돈은 시스템이 지켜준다. 개인이 자기 힘만으로 자기 돈을 지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실랑이를 줄인 블랙박스나 CCTV처럼 머니가드가 금전거래의 디지털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관계가 좋을 때 편하게 기록을 남기게 해 분쟁 자체를 막는 것이 머니가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최태범 기자

씨앗을 뿌리는 창업자들의 열정부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성장의 토대를 닦는 정책의 흐름까지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