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 구름 빅밸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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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제대로 판단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성능 좋은 모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현재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려면 최신 정보를 정확하게 연결하고 정제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른바 '추론용 데이터'다.
2015년 설립된 빅밸류는 이 시장을 파고든 데이터테크 기업이다. 초기에는 부동산 AI 시세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제는 금융·유통·보험·의료·제약·공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공·민간 데이터를 수집해 AI와 에이전트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한다.
구름 빅밸류 대표는 "AI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고품질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며 "AI 발전은 우리 사업에 위협이 되기보다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빅밸류라는 사명에는 '빅데이터에서 밸류를 찾아내자'는 뜻이 담겼다. 처음부터 데이터 공급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초기에는 부동산과 담보대출 시장에 수요가 집중돼 자연스럽게 프롭테크 기업으로 인식됐다.
대표적인 성과는 빌라·단독주택 등 비정형 부동산의 가격을 자동 산출하는 AI 시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토지정보, 건축물대장 등을 연결해 인근 거래 사례와 개별 특성을 분석한다. 금융사들이 담보대출 심사에 이를 활용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프롭테크라는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생겼다. 빅밸류는 창립 10주년을 기점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데이터테크'로 재정의했다.
구 대표는 "근본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기술은 그대로지만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금융권을 넘어 공공기관, 빅테크, 보험, 의료기기, 제약사 등으로 확대됐다. 특정 산업에 갇힌 브랜드가 오히려 확장의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빅밸류는 1000종 이상의 공간·인구·상업 데이터를 통합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빅밸류 플랫폼'을 출시했고, 유료 전환 이후 제약·의료와 감정평가, 공인중개, 상업용 부동산, 인터넷은행 등에서 40여개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 63억원과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매출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00억원이다.

빅밸류가 집중하는 것은 AI가 과거를 배우는 데 쓰는 학습용 데이터가 아니다. 학습을 마친 AI가 실제 업무에서 현재 상황을 판단할 때 필요한 추론용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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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관에서 만들어진 원천 데이터는 기준과 갱신 시점이 제각각이다. 행정구역이나 법령이 바뀌면 기관마다 이를 반영하는 시기도 달라진다. 사람이 몇 건을 확인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AI가 전국의 건축물을 한 번에 처리하면 작은 오류가 결과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
빅밸류는 서로 다른 데이터를 동일한 대상에 연결하고 이상치와 충돌을 걸러낸다. 전국 공간 데이터를 100~200m 단위 격자로 나눠 유동인구·상권·교통·부동산·정책 데이터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도 갖췄다.
구 대표는 이를 '밀키트'에 비유했다. 그는 "다른 기업의 데이터가 '밭에서 막 캐낸 흙 묻은 식재료'라고 한다면 우리는 바로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하고 연결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좋은 식재료뿐만 아니라 레시피까지 갖춘 밀키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의 신뢰성도 경쟁력이다. 시중은행과 빅테크처럼 기준이 까다로운 고객에게 장기간 데이터를 공급하며 품질관리 노하우를 축적했다. 산업별 전문가가 고객사의 업무 현장에 들어가 내부 데이터와 빅밸류 데이터를 결합하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컨설팅도 한다.
구 대표는 "고객은 자신의 업무는 잘 알지만 어떤 데이터를 어디에 연결해야 하는지는 모를 수 있다"며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솔루션을 만든 뒤 데이터를 지속해서 구독할 수 있는 상태까지 지원한다"고 했다.
데이터 구독은 일회성 학습 데이터와 달리 반복 매출을 만든다. 오늘의 의사결정을 위해선 오늘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이 매일 새로운 기사를 공급하듯 추론용 데이터도 계속 갱신돼야 한다"고 말했다.

빅밸류는 자체 LLM(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기보다 다양한 AI 모델이 데이터를 더 정확히 해석하도록 만드는 기술에 집중한다. AI 부동산 상담 서비스 '복덕방 가재'도 에이전트가 소비하기 좋은 데이터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에서 출발했다.
복덕방 가재는 AI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단지와 대출 금리, 청약 일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채팅에 원하는 항목을 입력하면 AI가 결과를 답변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부동산 거래 전 본인의 수요를 정확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 대표는 "초기에는 기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연결했지만 AI가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며 "데이터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누고 유연한 구조로 바꾸자 답변 품질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그는 "복덕방 가재를 통해 AI 에이전트에게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떠먹여 줘야 좋은 답이 나오는지 배우고 있다"며 "자체 AI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어떤 모델에도 잘 읽히는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AX도 주요 성장축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구축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위험도 예측 모델은 철새 이동, 농장 주변 토지, 차량 이동, 날씨 등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고위험 농장을 찾아낸다. 한정된 방역 자원을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에 배치하도록 돕는다.
구 대표는 "공공 AX의 성패는 AI를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데이터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현장이 결과를 신뢰하는지,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며 "정리되지 않은 내부 문서를 LLM에 넣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AX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빅밸류는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데이터에는 각국의 법과 제도, 문화적 맥락이 담겨 있어 단순히 기술만 옮겨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고객을 깊게 파고 새로운 산업으로 넓히는 'Deep & Wide' 전략으로 국내 수요를 먼저 흡수한다.
구 대표가 그리는 종착지는 '데이터 유틸리티 기업'이다. 그는 "전기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된 것처럼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한국콜마나 퀄컴처럼 앞에 드러나지 않아도 수많은 AI와 서비스 뒤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빅밸류의 비전은 '데이터로 세상을 풍요롭게', 줄여서 대세풍"이라며 "데이터로 재난을 예방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등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빅밸류가 만들고 싶은 가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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