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학폭), 마약, 음주 운전 등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이제는 가족의 과거사까지 배우 개인을 둘러싼 논란이 작품 전체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주연 배우의 논란에 동료 배우와 제작진, 투자사, 플랫폼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캐스팅 단계에서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는지를 두고 업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이런 엿같은 사랑'은 주연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논란으로 예정된 인터뷰가 취소되는 등 작품 홍보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배우 개인의 과거가 아닌 가족의 행적까지 작품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른바 '조상 리스크'가 등장한 셈이다.
배우 개인의 논란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파장이 작품 전체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촬영이 진행된 이후 주연 배우의 논란이 불거질 경우 배우 교체와 재촬영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고, 이미 제작이 끝난 작품이라면 공개 일정이나 홍보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실제로 '모범택시'와 '달이 뜨는 강'은 주연 배우 논란 이후 배우를 교체해 재촬영했고, 일부 작품은 공개 연기나 분량 편집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배우 개인의 리스크가 동료 배우와 제작진, 투자사, 플랫폼의 이해관계까지 얽힌 콘텐츠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배우의 이미지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에 업계 전반적으로 민감하다"며 "캐스팅 과정에서 신중히 처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관심은 '논란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서 '캐스팅 전 어디까지 확인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배우 본인의 범죄나 학교폭력 이력처럼 확인 가능한 정보뿐만 아니라 과거 SNS(소셜미디어) 발언과 사생활까지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증조부·조부모 등 가족의 과거사까지 제작사가 사전에 모두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집안 문제까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고, 확인하더라도 어디까지를 범위로 정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법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졌다. 통상 출연 계약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를 대비한 품위 유지나 손해배상 관련 조항이 포함되지만,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고 입증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논란의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배우의 과거 행위와 현재 작품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경우 계약 해지나 손해배상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사회적 물의의 범위와 계약 해지 요건, 재촬영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등을 계약 단계에서 더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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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배우의 과거와 현재 활동을 분리해 평가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그는 과거 마약 문제로 경력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재기에 성공해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물론 해외 역시 범죄나 사생활 논란에 무조건 관대한 것은 아니다. 사건의 성격과 이후의 책임 이행, 시간의 경과 등에 따라 대중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배우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개인의 모든 과거를 샅샅이 조사하는 데 있지 않다. 캐스팅 단계에서 확인 가능한 중대한 위험 요소를 검증하되, 계약 단계에서 논란 발생 시 대응 절차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실제 논란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와 사안의 중대성을 따져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배우 한명의 논란으로 수백명의 스태프가 참여한 작품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피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작품의 손실을 이유로 중대한 논란을 무시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해법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배우 개인의 책임과 작품에 참여한 동료 배우·제작진의 권리를 어떻게 균형있게 보호할 것인지, 업계 차원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