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는 정부 경제팀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지표다. 민생과 직결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가장 큰 미션'으로 물가를 꼽았다.
따라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9월의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질지, 일시적 효과에 그칠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결과적으로 10월에도 둔화 흐름은 이어졌다. 그렇다고 상방 압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물가 상승률은 2.8%다. 지난 9월(2.9%)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이다. 지난 8월에는 물가가 3.1% 올랐다.
10월 물가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은 농산물이었다. 농산물 물가는 7.5% 하락했다. 농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0.32%포인트다. 물가를 그만큼 떨어뜨렸다는 의미인데, 농산물이 아니었다면 10월 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섰다.
현재로선 사실상 '상수'가 돼 버린 석유 최고가격제는 10월 물가 상승률을 0.83%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14.9%)와 가공식품(2.9%) 등의 상승세에도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9월 기준 미국과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3.7%, 3.8%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추세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개월 연속 2.8% 올랐다. 지난 8월(3.4%)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연초에 2%대 초반의 상승률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고공행진 중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영향과 각종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당분간 이런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은 작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이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물가 상방 압력과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언급한 이유다.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연간 물가 상승률은 정부 전망치(2.6%)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2.7%다. 정부 전망치를 맞추려면 연말 물가가 유의미하게 떨어져야 하지만, 최근 흐름에선 쉽지 않은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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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비슷한 인식이다. 한은은 다음달 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다만, 한 달 전에 10월 물가 상승률을 '3% 내외'로 전망했던 것보단 수위를 낮췄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소비자물가가 중동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증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