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BIFF] 양자경 장이머우 허안화, 아시아 영화 레전드들이 말하는 韓영화

[제31회 BIFF] 양자경 장이머우 허안화, 아시아 영화 레전드들이 말하는 韓영화

부산=최재욱 ize 기자
2026.10.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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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베테랑들이 말하는 한국과 아시아 영화의 가능성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양자경, 장이머우, 허안화 감독 등 아시아 영화의 거장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자경은 할리우드에서의 편근을 극복한 경험과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이머우 감독은 창작의 본질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으며, 허안화 감독은 한국 영화의 발전에 찬사를 보내며 홍콩 영화의 잠재력을 언급했다.
양자경, 사진=스타뉴스DB
양자경, 사진=스타뉴스DB

아시아 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레전드 영화인 양자경, 장이머우 감독, 허안화 감독이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 ‘A-리스트 영화제’로 승격된 첫해를 맞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6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온 아시아의 세 거장이 차례차례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양자경,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장이머우 감독, ‘까멜리아상’ 수상자 허안화(쉬안화) 감독은 각각의 기자회견을 통해 편견을 넘어선 도전기부터 창작의 본질,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솔직한 시선까지 밀도 높은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양자경, “할리우드 마이너리티 충격… 편견 깨며 여기까지 왔다”

영화 ‘더 레이디’(2011) 이후 15년 만에 부산을 찾은 양자경은 ‘2026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서 단상에 섰다. 2022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석권하고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명예 황금곰상을 품에 안은 그는 과거 할리우드 진출 초기 느꼈던 소외감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양자경은 “처음 할리우드에 갔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마이너리티’였다는 사실”이라며 “주어지는 배역도 극히 제한적이었고, ‘007’ 시리즈로 문을 연 이후에도 아시아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이 견고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속도를 높여가며 배역을 확장했고, 아시아 여성 배우가 더 많은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해 왔다”며 “매일 아침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나이가 많아도 기회는 오며,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스크린의 가치는 굳건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다양한 플랫폼이 생겼지만 영화는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며 우리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며 “영화는 내 인생 그 자체이며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예측 불허의 배움을 줬다”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양자경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이창동 감독과 작업을 하길 기대한다”며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세계 시장에서 잘하고 있고 우리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자경은 “사실 ‘검우강호’에서도 정우성과 작업했고 다른 한국 배우들과도 일 해왔다”며 “나는 K콘텐츠, K팝과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애정을 표했다.

장이머우, 사진=스타뉴스DB
장이머우, 사진=스타뉴스DB

장이머우 감독, “‘암살자(들)’ 논란? 창작은 창작일 뿐… 생활을 넘어서야”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이자 올해 신설 2회째를 맞은 BIFF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영화 ‘암살자(들)’ 사태에 대해 날카로운 화두를 던졌다.

‘붉은 수수밭’, ‘인생’, ‘5일의 마중’ 등 자국의 근현대사를 스크린에 담아온 장 감독은 “역사적 진실과 창작의 관계는 짧은 시간에 해답을 내리기 복잡하지만, 창작은 창작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창작은 때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계에는 ‘생활을 기반으로 하되 생활을 넘어서라’는 말이 있다”며 “역사적 진실 자체도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예술이라는 형식을 빌려 오늘날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서로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지점이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매력이자 힘”이라고 덧붙이며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창작에 대한 존중을 당부했다.

허안화 감독, 사진=연합뉴스 제공
허안화 감독, 사진=연합뉴스 제공

허안화 감독, “한국 영화에 질투 느껴… 홍콩 영화의 잠재력도 여전해”

홍콩 누벨바그를 이끈 거목이자 영화계 내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는 ‘까멜리아상’을 품에 안은 허안화 감독은 한국 영화를 향한 아낌없는 찬사와 솔직한 심경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허 감독은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면 큰 질투를 느낀다”며 “한국 영화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나 역시 많은 한국 감독들의 열렬한 팬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탕웨이와 작업할 때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다고 여겼던 매력을 한국 감독들이 훨씬 훌륭하게 포착해 내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자국 홍콩 영화를 향한 애정과 신뢰도 잊지 않았다. 그는 “투자가 줄어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젊은 영화인들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어 미래는 여전히 밝다”며 “1980~1990년대 오락 중심의 흐름을 지나, 체계적 훈련을 거친 탄탄한 3040대 배우들과 영리한 창작자들에게서 홍콩 영화의 또 다른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외부의 기대에 짓눌리기보다 내가 왜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내면의 목적을 묻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창작자로서의 오랜 철학을 전했다.

전세계 영화인들이 총출동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공식 초청작 247편과 커뮤니티비프 69편 등 59개국 총 316편의 작품이 영화의전당 등 8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에는 고(故) 안성기 추모전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양자경 특별전', 담론의 장인 '포럼 비프', 산업 비즈니스 마켓인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등이 부산 전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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