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0대 여성 A씨는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오래전에 발생한 불법 카드매출을 취소하지 않으면 카드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매출을 취소하려면 '보증보험'을 통해 다시 결제해야 하고 추후 환급된다는 말에 속아 직접 카드정보를 입력해 323만원을 결제했다. 실제 결제처는 보증보험이 아닌 불법가맹업체였다.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피해자가 직접 카드로 상품권 등을 결제하는 수법에 대응해 카드사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강화한다. 고령자가 상품권을 결제할 때 이상거래가 탐지되면 카드사가 심층상담을 거쳐 사기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이같은 내용의 보이스피싱 카드결제 피해 예방·구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송금이나 계좌이체 대신 피해자가 직접 상품권 등 고환금성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금융사기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카드사의 이상거래탐지 체계는 해킹 등 제3자의 부정결제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는 금융사기에 속은 카드 이용자가 직접 결제하는 유형까지 탐지할 수 있도록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상거래탐지 룰을 보완한다. 결제 패턴과 가맹점 특성 등을 반영하고 개별 카드사의 우수 탐지 기준도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보호조치를 한층 강화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70세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는 2023년 777건에서 2024년 1047건, 지난해 1493건으로 늘었다.
이에 70세 이상 고객이 상품권 등 환금성이 높은 물품을 결제하다 이상거래로 탐지되면 카드사가 본인 의사에 따른 거래인지를 확인하는 심층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을 통해 숙려기회를 준 뒤 거래 진위를 확인하고 결제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효과를 살펴 대상 연령과 고환금성 상품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불법 가맹점이 연루된 피해에 대한 민원조사도 강화한다. 카드깡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면 실제 물품 배송 여부 등 결제 처리 과정을 면밀히 확인해 피해구제 가능성을 살필 방침이다.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불법 카드매출을 취소해야 한다며 70대 피해자에게 323만원을 결제하게 한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결제했지만 가맹점의 허위매출이 확인돼 결제가 취소됐다. 반면 부업을 빙자해 피해자에게 물품을 대신 결제하도록 한 뒤 환급을 중단해 63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정상적인 본인확인을 거쳐 직접 결제했다는 이유로 카드사 보상을 받지 못했다.
독자들의 PICK!
금감원은 저금리 대출 수수료를 명목으로 상품권 결제를 요구하거나 랜덤채팅에서 만난 상대가 상품권 구매·현금화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금융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