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에 마련한 로봇 '배움터'… 엔비디아도 주목

가상세계에 마련한 로봇 '배움터'… 엔비디아도 주목

최태범 기자
입력 2026.11.05 03: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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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 스토리]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3D 엔진 통해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 기반 심레디 에셋 생성
질량·마찰 등 물리 속성 구현
'3분 내 가공' 속도 향상 목표

엔닷라이트 개요/그래픽=이지혜
엔닷라이트 개요/그래픽=이지혜

로봇은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동작을 익힌다. 문제는 그 실패를 현실세계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억 원짜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넘어지면 하드웨어가 부서지고 옆에 선 작업자가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로봇을 가상세계에 먼저 넣는 방식이 피지컬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목받는다. 실제처럼 구현한 시뮬레이션으로 수천 번 넘어뜨려 보고 검증이 끝난 뒤 공장바닥을 밟게 하는 것이다. 이때 승부를 가르는 것은 시뮬레이션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을 채울 '물건'이다.

하지만 단순히 '현실과 비슷해 보이는' 물건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체마다 질량과 마찰력, 재질, 구조, 충돌범위 등 현실의 실제 물리법칙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리적 속성을 갖춘 3D(3차원) 데이터 '심레디(SimReady) 에셋'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이 분야를 정조준한 국내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3D CAD(컴퓨터지원설계) 엔진기술을 오랫동안 파고든 이후 지금은 '로봇의 가상훈련장'을 만들며 피지컬 AI 분야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엔닷라이트'(NdotLight)다. 박진영 대표는 "LLM(거대언어모델)은 인터넷에 공개된 텍스트와 이미지로 학습을 시작할 수 있지만 로봇은 물컵 하나조차 바로 학습에 쓸 수 있는 3D 데이터가 거의 없다"며 "이 세상 모든 사물을 심레디 형태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3D프린터용 CAD에서 피지컬 AI 데이터로

엔닷라이트의 출발점은 로보틱스가 아니었다. 초기 타깃은 2020년 창업 당시 성장 기대감이 높았던 가정용 3D프린터 시장이었다. 누구나 집에서 원하는 물건을 출력하려면 전문지식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CAD 도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가정용 3D프린터 시장은 예상만큼 커지지 않았다. 기업용 CAD 시장으로 방향을 돌리기에는 오토데스크와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장악한 레드오션이었다.

전환점은 피지컬 AI의 부상이었다. 엔닷라이트가 오랜 기간 개발한 자체 3D CAD 엔진 '엔닷캐드'(NdotCAD)에 생성형 AI를 결합하고 CAD 데이터에 물리속성을 자동으로 부여하자 로봇 시뮬레이션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기존 사업을 버리고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기보다 10년 가까이 축적한 기술이 피지컬 AI라는 시장을 만난 것"이라며 "초기 엔닷캐드로 기술력을 쌓았고 기술의 가치를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나 '트리닉스'(TRINIX)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현대차·LG전자 이어 조선소 휴머노이드 실증

엔닷라이트의 주력 솔루션 트리닉스는 텍스트나 이미지, 기존 3D CAD 데이터를 입력받아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심레디 에셋을 자동생성한다. 물체의 외형만 3D로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량·마찰·재질·관절구조 등 물리적 속성까지 추론해 넣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면 하나의 에셋을 시뮬레이션에 맞게 가공하는데 보통 8~9시간 소요되지만 엔닷라이트는 트리닉스를 통해 '3분 내'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숙련된 3D 디자이너가 하루를 꼬박 써야 하는 일을 설계자가 커피 한 잔 내리는 사이에 끝내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엔닷라이트의 기술력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먼저 알아봤다.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에서는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의 키노트에 '피지컬 AI 에코시스템 파트너'로 엔닷라이트가 이름을 올렸다. 엔닷라이트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추진하는 피지컬 AI 프로젝트에 데이터공급사로 참여한다. 조선업으로도 적용범위를 넓혀 에이로봇과 함께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실증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심레디 시장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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