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맛집의 옆집'된 모태펀드

[기자수첩] '맛집의 옆집'된 모태펀드

김진현 기자
2026.10.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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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벤처투자 정책펀드인 모태펀드 출자를 받고도 정해진 기한 내 벤처펀드(자펀드)를 결성하지 못한 벤처캐피탈(VC)이 적지 않다. 올해 모태펀드 첫 정기 출자사업에서 선정된 자펀드 가운데 38%가 기한 내 결성하지 못했다.

올해는 사정이 특히 어렵다. 국민성장펀드가 등장하면서다.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받은 벤처펀드엔 목표보다 많은 돈이 몰리며 결성이 속속 이뤄졌다. 반면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펀드는 기한 안에 자금을 채우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국민성장펀드로 투자자의 돈이 쏠리면서 모태펀드 쪽으로 향할 자금이 줄어든 탓이다.

"같은 1000억원 규모의 펀드라도 어느 출자사업에 선정됐느냐에 따라 결성 여부가 달라집니다." 한 VC 대표의 말이다. 업계에선 '맛집의 옆집'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잘나가는 맛집(국민성장펀드) 옆에서 손님을 빼앗기는 가게(모태펀드)의 난처한 상황을 빗댄 말이다.

2005년 출범한 모태펀드는 20년 넘게 국내 모험자본 시장을 떠받친 버팀목이다.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느냐에 VC의 한 해 농사가 달렸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이랬던 모태펀드조차 자금모집에 애를 먹는다.

문제는 결성기한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3개월(연장 시 6개월)이란 기한은 2005년 출범 당시 기준이다. 당시보다 출자규모도, 민간에서 모아야 할 돈도 크게 늘었다. 올해 1차 출자사업만 봐도 출자액이 출범 당시보다 7배, 펀드결성 목표액도 4배 이상 증가했지만 기한은 20년 전 그대로인 셈이다.

민간자금 모집이 어려워질 때마다 펀드결성도 지연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2021년엔 선정된 펀드가 모두 결성되기까지 9개월, 2022~2023년엔 10개월이 걸렸다. 당시에도 예외적으로 기한을 연장했다. 앞으로 국민성장펀드 출자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모태펀드 운용사들의 자금모집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상황이 바뀔 때마다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펀드의 규모와 운용사 수가 크게 달라진 만큼 반복적인 연장보다 출범 당시 정해진 결성기한 자체를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다시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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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산업 전반을 취재하며 투자·혁신 흐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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