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외가 공동체 앞에 정당한가[청계광장/권세호]

어떤 예외가 공동체 앞에 정당한가[청계광장/권세호]

권세호 한국·미국공인회계사
2026.10.1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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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은 병역의무 피하는 면허증 아냐
전문인력 대체복무도 기준 재검증하고
수혜자에겐 혜택 맞는 책임 요구해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4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분명 축하받아 마땅한 성과다. 그러나 우승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부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이 논란을 불렀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는 취지의 언급, "저 군대 안 갑니다"라는 외침, 전역모를 쓴 사진 등은 금메달의 가치마저 스스로 깎아내렸다.

문제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누리면서 국가가 부여하는 특별한 혜택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지, 그 인식의 수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메달은 자랑스러운 성취일 뿐, 병역의무를 가볍게 여길 면허증이 아니다.

병역특례는 선수 개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국민이 함께 지는 병역의무에 예외를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이자 제도다. 그만큼 엄격한 명분과 공공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병역의무를 피해야 할 벌칙처럼 여기고 특례를 당연한 보상으로 여긴다면, 국민은 무엇을 납득해야 하는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은 경기장에서 이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의 응원과 공적 지원을 받는 만큼 공동체의 의무와 책임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또래 청년들을 생각한다면, 혜택을 자축하는 방식에도 최소한의 절제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일부 선수의 언행으로 대표팀 전체의 땀방울과 성과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성과가 크다고 해서 태도의 오류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혜택을 받는 이에게 더 높은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이다.

이제 제도 자체의 근본을 물어야 할 때다.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도입된 1973년에는 국위 선양과 인재 육성이라는 시대적 명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출생으로 병역자원이 급감하고 있으며, 대중문화와 스포츠의 위상 또한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병역특례를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 역시 새로워져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단 한 번의 결과로 병역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오늘날에도 타당한가. 출전 기회와 기여도가 다른 선수들이 모두 동일한 혜택을 누리는 구조는 합리적인가. 세계적 문화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는 현역 복무를 이행하는데, 특정 스포츠 대회의 메달이 병역을 면제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도는 이 질문들에 일관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서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왈저(Michael Walzer)의 '다원적평등(Complex Equality)' 개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 영역(스포츠)에서의 성공이 다른 영역(국방의 의무)을 자동으로 지배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경제적 영향력이나 과학기술의 중요성 역시 병역자원을 무제한 배분받을 권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각 분야의 성취는 존중하되, 다른 영역의 의무까지 대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반도체·AI·바이오·방산 등 첨단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전문인력 대체복무 확대 역시 동일한 원칙으로 검증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에 기여한다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기술혁신과 국가안보 기여도를 엄격히 평가하고, 특정 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거나 병역자원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남용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희소한 국가 자원을 배분했다면 투입과 성과, 그리고 책임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수혜 인원과 규모, 기대했던 공익적 가치, 실제 창출된 성과를 투명하게 평가해야 한다. 성과가 미진하거나 제도가 오남용 되었다면 즉시 바로잡고,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특례의 존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해법은 무조건적인 확대도, 감정적인 일괄 폐지도 아니다. 병역자원 감소와 형평성을 최우선에 두면서 대체복무의 공익성과 성과를 지속 검증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수혜자에게는 단순한 혜택이 아닌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요구해야 한다.

병역자원은 공짜가 아니다. 특례 역시 공짜가 아니다. 이제 질문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누구에게 병역 예외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예외가 국가와 공동체 앞에 正當(정당)한가"를 물어야 한다. 국가가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인재는 그에 걸맞은 성과와 책임으로 답해야 한다. 병역특례가 아니라 국가인재의 성과와 사회적책임을 관리하는 정부의 인식전환과 책임있는 제도개선을 촉구한다

권세호 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기술경영학 박사)
권세호 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기술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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