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간 팬스타 아크로 호가 11일 부산 자성대 부두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8월 22일 부산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한 지 50일 만이다. 우리 선박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10년 만이지만, 컨테이너선 투입은 처음이다. 해상물류의 핵심인 컨테이너를 날라 북극항로의 산업항로 가능성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다만, 경제성 확보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줄어 생긴 안타까운 결과물이지만, 한국·중국·일본 동북아 강국들에 축복이 될 수 있다. 우선 거리·시간 상 이점이 분명하다. 시험운항 루트인 북동항로(NEP)는 베링해에서 바렌츠해에 이르는 러시아 북쪽 연안 5600km 구간을 포함한다. 이번처럼 부산~로테르담을 북동항로(1만3000km)로 오갈 경우 기존 수에즈 루트(2만4000km)보다 편도 기준 열흘가량 단축된다. 지정학적으로도 유리하다. 병목 구간인 수에즈 운하를 덜 이용하고, 호르무즈 사태 등 전시 원유조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공급망 경색에 대응할 경제안보의 대체 루트다.
정부·업계는 2030년께 정기 서비스 항로를 개통한다는 목표지만 상업성 구축이 시급한 선결과제다. 내빙·해빙 기능이 있는 특수선은 건조 비용이 많이 든다. 험지를 관통하는 만큼 보험료도 비싸다. 여름철 해빙기 넉 달 정도만 운항할 수 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를 넘어야 채산이 맞는다.
컨테이너선 강국이 된 중국은 여러 항구에서 이미 정기 운항에 나서 북극항로 상업화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에 맞서려면 운항 횟수를 늘려 유무형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해빙과 기상변화에 따른 운송시간 변동의 폭, 수에즈 운하 항로 대비 실질적 경제성 등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컨테이너 운송뿐만 아니라 광물·에너지 등 전략물자로 분야를 넓혀가야 한다.
미·중·러 지정학적 패권 다툼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등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면서 북극해 수송로 확보는 교역과 안보의 국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번 도전을 발판 삼아 한국이 글로벌 해운·항만 물류 경쟁에서 한 발 앞서고, 부산항이 아시아·유럽을 잇는 거점이자 해양수도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