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의 The 밀리터리] 한국군 '개인화기' 전력 분석

지난 7월 육군 1군단이 최전방 GOP·GP의 공용화기에 실탄을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근무를 서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여기에 한미 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해 요격 태세까지 갖췄던 정황까지 겹치면서, 결국 해당 군단장이 직무배제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최전방 부대의 경계 기준과 보고 체계 전반에 뚫린 구멍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군의 기강 문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창끝전투력'이다. 전쟁의 승패는 최종적으로 총을 들고 적과 마주하는 병사 개개인의 역량에서 갈린다. 최전선에서 실제로 방아쇠를 당기는 소총수 한 명 한 명의 사격능력과 전투 기량, 그것을 뒷받침하는 장비의 수준이 승리의 궁극적인 공식이다. 드론과 인공지능, 유무인복합체계 같은 첨단 전력이 빠르게 확산하는 지금도 이 개념이 낡은 이야기로 치부될 수 없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찰·타격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참호와 시가지를 두고 벌어지는 마지막 승부는 결국 보병의 몫이라는 사실도 재확인시켜 준다. 드론이 표적을 찾아내고 화력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그 지역을 점령하고 지키는 것은 여전히 소총을 든 병사다. 병사 개인이 손에 쥔 개인화기, 그리고 분대 단위의 화력 편제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는 여전히 군 전투력의 뿌리를 이루는 문제다.
현재 한국군 일반 보병 대부분에게 보급되는 제식 소총은 5.56㎜ K2 계열이다. 198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고 대우정밀(현 SNT모티브)이 생산을 맡은 이래 40년 넘게 육군의 주력 소총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노후한 기존 K2를 그대로 쓰는 부대와, 신형 K2C1을 지급받은 부대가 뒤섞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K2C1은 전방 부대부터 순차적으로 보급되는 구조여서, 후방 및 예비 사단으로 갈수록 여전히 구형 K2나 심지어 노후한 M16A1 계열을 운용하는 경우가 남아 있다. 전용 도트사이트 등 조준보조장비 보급률도 계획 대비 더디게 진행돼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수전 부대의 사정은 다르다. 특전사와 헌병특임대, 각 군 특수임무부대는 총열을 단축하고 개머리판을 접철식으로 바꾼 K1A 기관단총을 오랫동안 운용해 왔다. 최근에는 이를 K2C1 계열이나 SNT모티브가 독자 개발한 K13 기관단총으로 교체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해외 유명 총기 업체의 완제품을 국내 라이선스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등, 특수부대용 개인화기의 다변화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일반 보병과 전방 부대, 특수부대 사이에 지급되는 화기의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은, 군 전체의 창끝전투력이 균질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대 단위로 보면 한국 육군의 화력 편제는 K2(K2C1) 소총을 든 소총수들에 더해, 분대지원화기인 경기관총과 유탄발사기를 갖추는 구조다. 오랜 기간 분대 화력의 중심이었던 K3 경기관총은 2025년 말을 기점으로 후속 기종인 K15로 완전히 대체됐고, K4 고속유탄기관총과 저격용 K14 등이 화력을 보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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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자동소총 한 정에 의존하던 북한군의 편제와 비교했을 때 분명한 강점이다. 북한군의 주력 소총인 88식은 소련제 AK-74를 기반으로 한 5.45㎜ 자동소총으로, 화력 면에서 K2 계열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유효사거리와 연사 성능, 3점사 기능 등 세부 사양에서는 K2가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소총 자체의 성능 차이보다, 분대·소대급 화력 지원체계와 정밀조준장비 보급 수준에서 벌어지는 격차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면 창끝전투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가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우선 신형 K2C1과 조준보조장비의 보급 속도를 전방·후방 구분 없이 앞당겨 세대 차이를 줄여야 한다. 또 워리어플랫폼 사업으로 대표되는 개인 장비 현대화가 소총 운용 능력과 결합되도록, 실사격 훈련 시간과 실탄 소요를 늘리는 예산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빈총 경계' 사태가 보여주듯, 아무리 좋은 총이 있어도 실탄을 장전하지 않거나 지침 자체가 흔들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장비 현대화 못지않게 표준화된 경계·사격 매뉴얼의 준수와 현장 지휘관에 대한 감독 체계 정비도 창끝전투력의 일부로 다뤄야 한다.
한국군이 사용해 온 소총의 역사는 곧 자주국방의 역사이기도 하다. 6·25전쟁 이후 오랫동안 미군의 M1 개런드와 M1 카빈에 의존하던 한국군은, 베트남전을 거치며 M16A1을 대량 도입해 주력 소총으로 삼았다. 이후 독자 소총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가 여러 시제형을 거쳐 1980년대 초 K1A 기관단총과 K2 소총을 완성했다. 이때부터 국산 소총이 한국군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자체 설계 소총을 양산 체계까지 끌어올린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 사례로 꼽힌다.

국산 총기 생산을 대표해 온 업체는 SNT모티브(옛 대우정밀)다. K1A 기관단총과 K2·K2C1 소총을 비롯해 K3 경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K5 권총, K13 기관단총, K14 저격소총, K3의 후속인 K15 경기관총, 차기 다목적기관총인 K16까지 한국군 개인화기·분대화기 라인업 대부분을 이 회사가 설계하고 생산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SHOT Show와 아랍에미리트 IDEX 등 세계적인 방산 전시회에 잇달아 참가하며 북미·중동 시장 개척에 나섰다.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민수 총기 시장 진출도 공식화한 상태다. K2 계열은 이미 이라크, 페루, 필리핀 등 십여 개국에 수출된 이력이 있다.
또 다른 축은 다산기공이다. 원래 총기 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해 AR-15, 글록, AK 계열 등 다양한 총기의 부품을 미국·유럽 등 해외 업체에 납품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2016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총기류 제조·공급 방산업체로 공식 지정받으며 완제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SNT모티브가 사실상 독점해 온 국산 총기 조달 시장에 다산기공이 뛰어들면서 국내 총기 산업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다산기공은 미국 민수 총기 부품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고, 동남아시아·중동·유럽·미국 등 40여 개국에 소총·권총류를 수출하는 등 수출 비중이 유독 높은 업체로 꼽힌다.
기술 수준을 따져보면, 두 업체 모두 자동화기 설계·양산 능력에서는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2 계열이 보여준 내구성과 신뢰성은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았고, 부품 하청을 통해 축적된 다산기공의 정밀가공 기술도 미국 민수 시장에서 통할 정도의 수준이다. 다만 독일 헤클러운트코흐(H&K)나 벨기에 FN, 이스라엘 IWI, 미국 콜트 같은 세계적인 총기 명가와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들 업체는 자체 브랜드로 세계 각국 정규군에 완제품을 대량 수출하며 오랜 실전 데이터를 축적해 왔고, 조준경·소음기·야간투시장비 등 주변 액세서리 생태계까지 완결된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완제품 수출 실적이 아직 제한적이고, 국내 군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여서 규모의 경제나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창끝전투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신형 개인화기와 조준보조장비의 야전 보급 속도를 예산과 연동해 앞당기고, 전방과 후방의 장비 세대 차이를 줄여야 한다. K2C1 이후 세대를 잇는 차기 제식소총 개발 사업을 서둘러 국산 소총의 세대교체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 SNT모티브와 다산기공 등 국내 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도록 해야 하며, 이는 곧 국내 생산단가 하락과 기술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번 '빈총 경계' 사태에서 확인됐듯, 아무리 뛰어난 무기 체계를 갖춰도 지침 준수와 지휘 감독이 무너지면 창끝전투력은 종잇장처럼 얇아진다. 장비의 현대화와 함께 기본으로 돌아가는 기강 확립이 동시에 이뤄져야, 드론과 첨단무기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짜 창끝전투력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