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총 504 건
기업규제 입법이나 행정의 기업 제재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과징금(課徵金)이란 단어이다. 이는 글자 그대로는 '부과하여 거두는 돈'이라는 의미로 행정법상 의무 위반에 대해 부과하는 거액의 금전을 말한다. 최근 과징금 입법도 과징금 부과액도 대폭 늘고 있어 가히 과징금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9월 11일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반복적이거나 고의·중과실에 따른 유출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 10월 1일부터 시행된 정보통신망법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반복적인 침해사고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최대 3%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10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이 사망하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을 부과한다. 과징금 부과액도 전례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SK텔레콤에 1348억 원, 2026년 쿠팡에 6247억 원을,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전분·전분당과 밀가루 담합에 각각 7476억 원과 6710억 원을 부과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와 안보는 비교적 분리된 영역으로 인식됐다. 기업은 비용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했고, 국가는 군사력과 외교를 통해 안보를 관리했다. 그러나 이제 그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희토류, 배터리와 에너지, 조선소의 생산능력까지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경제적 '의존'이 안보의 '취약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평상시에는 효율적으로 작동하던 글로벌 공급망도 지정학적 갈등이나 전쟁, 수출통제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국가의 약점이 될 수 있다. 특정 소재나 핵심광물의 공급 차질만으로도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방산 등 여러 산업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이 공급망과 첨단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할 것인가'만이 아니다.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 핵심 기술과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리고,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오랜 철칙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이 경제학적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는데도 오히려 신고가가 터져 나오고,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데도 가격은 우상향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며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던 기존의 상식들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요즘 주택시장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8977건)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6월 5300건, 7월 5843건에 이어, 이달 말까지 집계될 8월 거래량 역시 5000건을 크게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 기간 월평균 거래량은 2006년 1월부터 올 7월까지의 역대 월평균 거래량(5736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월(0.
축구, 야구, 농구 경기는 구기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고 효율성을 위하여 세 종목의 선수를 하나의 팀으로 합치지는 않는다. 경기 규칙도, 훈련 방법도, 필요한 역량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을 다른 기관에 붙이면 기능도 그대로 이전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큰 착오이다. 조직은 하루 만에 합칠 수 있어도 전문성은 하루 만에 합칠 수 없다. '항공안전'은 단순한 운항의 안전으로 국한되지 않고, 항공기의 설계·제작부터 비행시험, 인증, 운항 이후의 지속 감항까지 고도의 기술적 판단과 장기간 축적된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항공기 인증에서 치명적인 고장상태의 발생 가능성을 비행시간당 10억 분의 1 수준까지 낮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항공안전이 추구하는 엄격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발생한 대형 항공참사는 항공안전의 무게를 다시 일깨웠다. 우리 국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그 비극이 우리 사회에 던진 한 가지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책은 신속하게 안전에 대한 투자와 전문성을 강화하여 인증과 감독을 더욱 철두철미하게 하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국가 항공안전체계의 취약점을 찾아 보강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한 사회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더불어 살아가려면, 법과 제도의 정밀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법이 현실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담아내지 못하고 겉돌게 되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새로운 분쟁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낳게 된다. 좋은 노동법은 결코 선의나 당위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현실 적합성'과 기존 법체계와 어우러지는 '제도 정합성'을 갖추어야 한다. 책상 위 논리나 이념적 지향이 아닌, 현장 중심의 실사구시가 입법의 확고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균형,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기회 균등, 그리고 목적과 수단 간의 비례성이 엄격하게 담보되어야 한다. 과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 4%)이 초래했던 현장의 혼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시행된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노란봉투법) 역시 동일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원·하청 구조 속에서 실제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바로잡고 대화와 협상을 제도화하여 이중구조를 완화하자는 입법 취지 자체는 이해된다.
2020년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닫혔을 때 교육도 위기를 맞았다. 교육을 다시 움직인 것은 현장 교사들이었다. 학습공동체를 만들고 새로운 수업 방법을 찾아 서로 나눴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공유했다. 교육은 계속돼야 한다는 책임감과 교사들에게 축적된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교육 당국은 정책 방향을 정하고 재정을 투자해 변화의 여건을 만든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매일 학생을 만나 수업하고, 학습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교사다. 어떤 교육개혁이든 교실 문턱을 넘어서려면, 교사가 움직여야 한다. 미국 교육개혁 100년의 역사를 살펴본, 스탠퍼드대 교육학자 데이비드 타이액과 래리 큐번에 따르면, 학교에는 오랜 기간 형성된 고유한 '문법(grammar of schooling)'이 있다. 위에서 새로운 정책을 내려보내도 교사들이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면, 개혁은 교실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학교는 잠시 몸을 낮추고 '개혁의 비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우리는 지금 생성형 AI가 불러온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히말라야가 인류에게 치명적 경고를 보내고 있다. 최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대를 덮친 대홍수와 산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고산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한 복합 기후재난이다. 히말라야의 대홍수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재난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존하는 재앙임을 엄중히 고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이번 대홍수로 현지 주민들은 물론, 현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들마저 고립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소식이다. 흙더미와 폐허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우리 국민들과 현지 이웃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하루빨리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전 국민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이번 재난의 현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주체와 그 피해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주체가 철저히 불일치한다는 점이다. 네팔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점유율은 0.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가 과거 러시아 클럽 PFC 소치 감독 시절 챗GPT를 선수 선발, 영입, 전술 등에 사용했다고 전 구단 관계자가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모레노 감독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부인했다. 챗GPT의 주된 용도는 러시아어 번역이었으며, 데이터와 영상 분석에는 여러 도구를 활용하지만 최종 판단은 코칭스태프가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십을 넘어 'AI 시대에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어디까지 AI에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모레노 감독의 사례를 따라 챗GPT로 축구 국가대표를 뽑는 실험을 해 보았다. 현재 경기력과 출전 시간, 대표팀 경험, 전술 적합성 등을 고려해 26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흥미롭게도 그 명단은 2026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와 상당 부분 겹쳤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인범 등 핵심 선수들은 예상대로 포함됐다. 축구 밖으로 확장하면, 기업의 채용, 대학의 학생 선발, 투자 대상 기업 선정, 연구과제 평가 등도 비슷하다.
인공지능(AI)이 대화하는 단계에서 행동하는 AI로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고 문서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에이전틱 AI는 이용자가 목표를 제시하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외부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한다. 항공권 예약, 상품 구매, 이메일 발송은 물론 계약 변경·해지까지 가능하다. 최근 호주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호주 공영방송에 따르면 한 이용자가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기반 모델로 사용하는 AI 에이전트 오픈클로에 헬스장 수업 예약을 맡겼다. AI는 예약 시스템의 취약점을 발견해 정상 예약 기간보다 앞선 수업까지 예약했고, 나아가 대기 순위를 올릴 수 있는지 묻자 대기 1순위 회원의 예약을 취소했다. 사람이 예약 취소를 지시하지 않았지만, AI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악의를 가진 해커가 AI를 공격 도구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일상적 요청이 AI의 자율적 행동을 거쳐 제3자의 현실적 피해로 이어졌다.
"서울 상급지, 지금 사도 될까?" 주택 마련을 고심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궁금한 내용을 생성형 AI(인공지능)에 자주 묻는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부터 금리 동향까지, AI는 든든한 친구이자 스승이다. 은밀한 속내와 개인사정까지 털어놓으며 AI에 깊이 의존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쇼핑을 앞둔 막막함 속에서 불안감을 달래 줄 창구다. AI는 어느새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었다. 여행 계획 짜고 쇼핑 목록 추천받는 일부터 인생상담까지 AI 손을 빌리는 시대다. 학계 논문 쓸 때 AI 조력을 받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굳이 석학이나 전문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손끝 하나로 복잡한 질문의 답을 즉각 얻는다. 그러나 편리함의 뒷면에는치명적인함정이 숨어 있다. AI에 길들여진 사고 근육은 점차 퇴화한다. 대표적인 것이 심리학이 주목하는 'AI 아첨 함정'이다.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질문 방식에 맞춰 답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질문하면 부합하는 호재를 잘 찾아낸다. 친구나 전문가라면 "지금은 상투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할 수도 있지만 AI는 좀처럼 찬물을 끼얹지 않는다.
정확히 1년 전, 서울의 한 호텔 카페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사람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반도체 역사상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칩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였다. 출간과 동시에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그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가장 정교하게 읽어내는 학자로 꼽히는 그가, 필자가 몸담은 한국의 작은 반도체 스타트업을 굳이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짧은 대화 끝에 남은 인상은 하나였다. 그는 한국을 개별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있었다. 그날 그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도 첨단 칩은 물론 어중간한 수준의 칩조차 홀로 완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에 흩어진 설계, 소재, 장비, 제조가 맞물려야 비로소 칩 하나가 나온다는 것이다. 작은 스타트업까지 챙겨 본 것도, 결국 한국이라는 생태계 전체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그로부터 1년,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비슷한 결의 장면을 다시 봤다. 한국 정부의 AI 행보에 엔비디아, 브로드컴, 앤트로픽, 오픈AI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정부가 8월 초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세법 개정 때마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의 반발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증세 여부가 아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를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 것인가, 같은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크게 달리하는 것이 공평한가 하는 문제다. 정부는 이를 '조세의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실거주 주택은 공시가격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주택은 9억원으로 낮추고,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는 강화한다. 양도소득세도 거주, 비거주 여부에 따라 차둥하여 세금을 높인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정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라고 비판한다. 조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공평'이다. 세금은 국가가 법에 따라 사유재산의 일부를 강제로 징수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이 공평한 과세인지는 시대와 경제환경에 따라 달라져 왔다. 산업사회 이후에는 재산권을 존중하면서 부담 능력이 큰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과세가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