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항공기, 기술과 인증 양쪽 날개로 날아야[청계광장/황호원]

수소항공기, 기술과 인증 양쪽 날개로 날아야[청계광장/황호원]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법학박사
2026.10.2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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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화석연료 대안으로 떠오른 수소
높은 가연성과 폭발 등 위험요인도 많아
수소인증체계 구축, 국제표준 선도해야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대형 산불이 이어진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 상승한 지금, 인류는 모든 산업 영역에서 과감한 탄소배출 저감을 요구받고 있다.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2년 총회를 통해 2050년 항공 부문 탄소중립(Net-Zero) 달성을 결의했다. 탄소 상쇄·감축제도인 CORSIA는 그동안의 자발적 시범 단계를 마치고 오는 2027년부터 의무 참여로 전환된다. 지상의 자동차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듯, 항공산업 역시 기존의 화석 연료(Fossil) 기반 터빈엔진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바꿀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급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러나 항공기의 탈탄소화는 자동차보다 훨씬 까다롭다. 무거운 승객과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항공기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수소(Hydrogen)'다. 수소는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항공유보다 약 3배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사용 방식에 따라 비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앨 수 있다.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 제로아비아(ZeroAvia) 등 세계적인 항공 기업들이 수소항공기 개발에 도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술적 가능성이 곧 상용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소는 극저온(영하 253℃) 액화 저장, 높은 가연성과 폭발 위험성 등 기존 항공유와 완전히 다른 물리·화학적 특성을 지닌다. 그러기에 기존 항공기 감항기준(Airworhiness Standard)으로는 검증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 수두룩하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수소항공기를 개발하더라도,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 항공기 분야에서는 객관적인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하면 단 1미터도 하늘을 날 수 없다. 항공기 개발에서의'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은 단순히 개발이 끝난 후 거치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인증은 항공기가 시장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관문이자, 국가 항공산업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제도적 장치다. 인증을 거치지 못한 기술 개발은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했더라도'하늘을 날 수 없는 시제품'이라는 허망한 결과로 끝날 뿐이다.

현재 수소항공기 분야는 글로벌 항공 선도국조차 표준화된 감항기준을 완벽히 구축하지 못한'초기 형성기'에 있다. 각국 정부는 수소항공 생태계의 선두(First Mover)로 자리 잡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수소항공기 인증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수소 기술에 강점을 가진 대한민국이 수소항공기 인증체계를 함께 구축한다면,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 국가를 넘어'국제 표준과 기준을 제안하고 선도하는 리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인증'을 R&D의 사후 단계가 아닌 '선행·동시 수행 과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R&D 초기 기획 단계부터 인증기관과 검증 기준을 함께 설계하고, 인증 예산과 연구를 R&D 내부 핵심 항목으로 내재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미래 항공산업이라는 거대한 창공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개의 날개가 필요하다. 하나가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기술 개발'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 가능성을 안심할 수 있는 현실로 바꾸는'인증'이다. 기술이라는 날개만 화려하고 인증이라는 날개가 부실하다면, 그 비행체는 결코 거센 풍랑을 뚫고 멀리 날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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