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세 환자가 약물 부작용으로 간부전에 빠져 간장애 5급 판정까지 받았더라도 의사가 특정 치료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상 업무상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피부과 의사 A씨도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환송했다.
A씨는 2013년 7월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피부 발진으로 찾아온 당시 12세 C양을 진료한 뒤 답손을 처방했다. 답손은 독성간염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투약 전후 혈액검사와 간기능검사가 필요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해야 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A씨는 관련 검사를 하지 않았고 부작용도 설명하지 않았다.
C양은 같은 달 말부터 고열 등 증상을 보이다 8월 초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고 B씨가 담당 의사로 진료했다. B씨는 피부과 협진 과정에서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스테로이드를 바로 지속적으로 투여하지 않다가 이후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가 중단하고 면역글로불린으로 전환하는 등 치료방법을 바꿨다.
C양은 2013년 8월 전격성 간부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같은 날 간이식을 받았다. 이후 C양은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A씨에게는 항소기각을 선고해 1심 법원의 형을 유지하면서 B씨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B씨가 적어도 1차 협진회신을 받은 뒤에는 답손에 따른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다며 스테로이드 투여를 지연·중단한 것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의사의 주의의무와 업무상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도록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의사의 과실 여부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갖춰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환자의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자신의 지식·경험 등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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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서 C양에게 나타난 발열과 발진, 간기능 이상은 약물과민반응뿐 아니라 감염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핵심 진단지표인 호산구 수치 역시 응급실 입원부터 전원까지 정상범위 상한을 넘지 않았다. 오히려 스테로이드 투여 이후 백혈구와 CRP, 프로칼시토닌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중증 세균감염증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B씨가 약물과민반응증후군과 감염증이라는 상충하는 가능성을 두고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오직 하나의 합리적인 방법만이 존재했고 B씨가 선택한 진료방법이 그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도 검사와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 자체와 C양에게 발생한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원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