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전 차푯값, 갑푸려 합니다"…영등포역에 500만원 두고 간 할머니

"48년전 차푯값, 갑푸려 합니다"…영등포역에 500만원 두고 간 할머니

전형주 기자
2026.09.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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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 아들의 기차푯값 500원을 내지 못한 여성이 뒤늦게 500만원을 들고 다시 역을 찾았다. 어려운 형편을 헤아려준 역장의 배려를 잊지 않고 오랜 마음의 빚을 갚았다./사진=한국철도공사
48년 전 아들의 기차푯값 500원을 내지 못한 여성이 뒤늦게 500만원을 들고 다시 역을 찾았다. 어려운 형편을 헤아려준 역장의 배려를 잊지 않고 오랜 마음의 빚을 갚았다./사진=한국철도공사

48년 전 아들의 기차푯값 500원을 내지 못한 여성이 뒤늦게 500만원을 들고 다시 역을 찾았다. 어려운 형편을 헤아려준 역장의 배려를 잊지 않고 오랜 마음의 빚을 갚았다.

14일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에 따르면 8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을 방문해 현금 500만원이 든 봉투와 자필 편지를 전달했다.

"저는 아주 오래된 빚을 갚으려 한다"는 말로 시작한 편지에는 1978년 10월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당시 A씨는 초등학생이던 아들과 함께 전북 정읍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기차표만 사고 아이의 표는 사지 못한 상태였다.

역장은 아들의 차비로 500원을 내라고 했지만, 모자에게 남은 것은 토큰 한 개뿐이었다. A씨가 사정을 설명하자 역장은 차비를 받지 않고 두 사람을 보내줬다고 한다.

영등포역 직원들도 답장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역사 내 알림판에 '난곡동 할매께'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사진=한국철도공사
영등포역 직원들도 답장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역사 내 알림판에 '난곡동 할매께'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사진=한국철도공사

A씨는 "절을 하고 돌아서면서 이 돈은 내가 죽기 전에 갚겠다고 다짐했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은 많이 늦었지만, 그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받아달라. 그동안 많이 고맙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편지 끝에는 자신을 '난곡동 할매'라고 소개했다.

A씨는 최근 투병 중이던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더 늦기 전 마음의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해 편지와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등포역 직원들도 답장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역사 내 알림판에 '난곡동 할매께'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직원들은 "그날 어머니께서 영등포역에 건네주신 용기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큰 감동 덕분에 매일을 선물처럼 보내고 있다"고 썼다. 이어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와 친절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주셨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저희가 역무원으로서 고객 한 분 한 분께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 저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과 좋은 기억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서부본부는 A씨가 전달한 500만원을 기타수익으로 처리한 뒤 사용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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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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