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직원 전환에 실패해 새벽녘 버스정류장에서 울고 있던 사회초년생, 그를 따뜻하게 위로한 이는 30년차 무명 가수였다.
지난 14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첫차를 기다리며 울고 있었다는 작성자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주에 인턴에서 정직원 전환 떨어지고 너무 우울해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며 "첫차를 기다린답시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청승맞게 엉엉 울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성이 택시비를 줄테니 따뜻한 집에 가서 울라는 말을 건넸다. A씨는 "그분이 말 걸자마자 눈에서 수도꼭지 터지듯 펑펑 눈물이 나왔다. 마음 속에 있던 서러움을 다 쏟아내듯 인턴 생활 때 서러웠던 거 다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남성은 자신을 30년차 무명 가수라고 소개하면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며 자기 노래를 들어보라고 돌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살면서 가수가 눈 앞에서 노래 불러주는 거 처음 들어봤는데 성량 진짜 크고 노래 잘 부른다"며 "본인 노래 중 제일 유명한 노래라고 들으면 무조건 한 번은 들어봤을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일단 난생 처음 들었다"고 했다.
A씨가 들은 노래는 'My Love'였다. 해당 곡은 2004년 하지원, 조인성, 소지섭 주연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OST 곡으로 가수 이현섭이 불렀다. '난 안 되겠니'라는 첫 소절로 유명하며 '남자의 오열송'이라는 별칭도 있다.

A씨는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엄마는 아시더라. 엄마가 왜 사인 안 받아왔냐고 하셨다. 목에 핏대 세워가며 열창해 주셨는데 무슨 노래인지 몰라서 죄송했다"며 "이현섭 가수님 정말 파이팅하고 택시 감사드린다. 다음에는 꼭 사인도 받고 노래도 따라부르겠다"고 했다.
이현섭은 A씨에게 택시비 3만8540원을 계좌이체로 보냈다. A씨는 "진짜 괜찮다고 거절했는데도 계좌이체로 보내주셨다. 통장에 있는 돈 싹 다 긁어서 보내주신 것 같아 더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현섭은 2016년 JTBC 예능 '슈가맨'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MP3가 막 나왔을 때인데, 가창료로 50만원 받은 게 전부"라고 고백한 바 있다. 2018년에는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이번 프로그램 준비하면서 노래가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한 것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밝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