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운동장을 보내는 사람들-상인]
철거 앞두고 매점·노점 상인들 불안…임시 구장 이전 여부 불투명
주변 상권도 매출 좌우…새 돔구장 기대도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했을 때부터 여기서 장사했어요. 잠실야구장이 사라지면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앞에서 만난 노점상 이상범씨(84)는 40여년간 이곳에서 건어물과 주류를 팔아왔다. 이씨는 "임시 경기장 앞에서도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새 경기장이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일자리를 잃으면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44년간 야구팬들과 함께해 온 잠실야구장이 재개발을 앞두면서 구장 안팎에서 생계를 이어온 상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전하는 임시 야구장에서도 기존 매점과 노점 상인들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잠실야구장과 맞닿은 종합운동장역 5·6번 출구 주변에는 주류와 건어물부터 분식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다.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에도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보러 온 야구팬들로 노점 앞이 붐볐다.
70대 노점상 고모씨는 "여기서 장사하면서 청춘이 다 갔다"며 "임시 경기장이 생긴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보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점상 70대 A씨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인데 우리같은 할머니들이 뭘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야구장 내부 매점 상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잠실야구장 개장 때부터 이곳에서 분식집을 운영해 온 김진옥씨(86)는 "잠실야구장 입점 업체 약 60곳 중 절반 정도만 임시 경기장으로 옮겨간다고 들었다"며 "연말에 이전할 매장이 발표된다는데 못 들어갈까봐 불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2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B씨도 "아직 구장에서 상인들을 모아서 공식 향후 계획을 설명한 적은 없다"며 "조금 더 기다리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야구로 먹고 사는 동네인데"...인근 상권도 변화

경기 전 야구팬들이 간식거리를 구매하는 잠실새내역 근처 새마을시장 등 상인들도 재개발 이후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새마을시장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 장모씨(63)는 "이곳은 야구로 먹고사는 동네"라며 "주변에 사무실도 많지 않아 야구팬들이 주요 손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실야구장이 없어진다는 소식이 처음 돌았을 때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 주변에서 걱정이 있었다"며 "임시 경기장이 생기고 새 구장도 짓는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1996년부터 치킨 가게를 운영해온 김두식씨(65)는 'OB베어스'의 창단 팬클럽 회원이라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씨는 "장사 때문에 직접 야구장에 가지는 못해도 마음은 항상 야구장에 가 있다"면서 "임시 경기장은 관중석이 줄어든다고 들었는데, 매출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실제로 운영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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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새 돔구장이 들어서면 야구 경기 외에도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상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상인들도 있다.
5년째 치킨·꼬치 가게를 운영 중인 조정래씨(55)는 "콘서트가 열리거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올 때 손님이 많은 편"이라며 "새로 들어설 돔구장이 K팝 공연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 경기장엔 먹거리를 파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들어 유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82년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재개발 계획에 따라 올해 말 철거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는 인근 올림픽주경기장을 임시 야구장으로 사용한다. 새 돔구장은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