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장례식 후에도 불안…비슷한 일 발생할 것"
우발적 범행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 속출

"전 국민이 다 봐야죠. 그 파렴치한 얼굴을."
14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송파구 문정동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의 피해자 유족 A씨는 피의자 김모씨(26)의 신상공개를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는 김씨에게 살해된 50대 여성의 발인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터뜨렸다.
A씨는 "피의자의 친구들이 가족들에게 해코지할까 봐 불안하다"며 "남은 가족을 보호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건 이전부터 김씨의 협박으로 불안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A씨는 "피해자 남편도 이 일 때문에 두세 달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며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이 현실이 될까 봐 친척들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가운데 경찰도 김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구속된 만큼 유족의 의사와 범행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은 전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상 신상공개는 △범행의 잔인성과 중대한 피해 발생 △ 범죄 증거가 충분히 있을 때 △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 공공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요건을 충족했을 때 가능하다.

아울러 경찰은 김씨의 범행에 계획성이나 보복 목적이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장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5시40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주택가에서 장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20대 아내를 강원 양양의 한 야산으로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김씨를 긴급체포하고 아내를 구조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장모는 끝내 숨졌다.
김씨는 범행 약 4시간 전부터 흉기를 소지한 채 현장 인근을 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가족의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흥신소를 고용했다는 유족 증언도 나왔다. A씨는 전날 "김씨가 흥신소에 2000만원을 주고 2주 동안 가족을 감시하도록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범행을 사전에 준비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경찰은 김씨가 아내의 신고 등에 앙심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앞서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집을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건 당시 아내는 김씨와 혼인무효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런 갈등이 범행으로 이어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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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성과 보복 목적이 인정될 경우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계획적 살인 범행'을 특별가중인자로 규정한다. 현행법상 보복살인죄가 적용되면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인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보복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한 신고·진술 등에 대한 보복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 전후 행적과 휴대전화, 차량 블랙박스 기록 등을 분석해 범행 동기와 사전 준비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I(인공지능) 사용 내역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