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 7곳이 후불교통카드 정산업체에 이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계약기간이 끝나 이미 낸 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또 교통카드 정산업체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용료를 받고 있다는 카드사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이정재)는 지난 14일 비씨·삼성·신한·국민·하나·현대·농협카드가 이동의 즐거움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모두 각하했다. 소송비용도 카드사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동의 즐거움은 경기·인천·강원·전남 일부 지역 버스회사의 교통운임 정산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다. 후불교통카드 이용내역을 수집하고 환승·거리별 요금 등을 반영해 카드사들이 이용대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한다.
카드사들은 계약에 따라 회원들이 후불교통카드로 결제한 교통요금의 3%를 이동의 즐거움에 정산서비스·플랫폼서비스 이용료로 지급했다. 후불교통카드 사용에 필요한 고유번호를 처음 부여받을 때도 건당 230~270원의 발급비를 부담했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이용료 수수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보상금 요구·수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에서 후불교통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실상 이동의 즐거움과 계약해야 하므로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거나 이용료 조건을 협상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 교통운임 정산과 단말기 운영 등은 버스회사 등 대중교통 운송기관을 위한 업무인 만큼 관련 비용도 운송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카드사들은 정산서비스·플랫폼서비스 이용료와 후불교통카드 고유번호 발급비를 지급하도록 한 약정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만일 이용료 전부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더라도 정당한 서비스 대가를 초과하는 부분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카드사들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계약기간이 지난해 말 끝났고 이용료도 모두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기보다 이미 지급한 이용료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분쟁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각하하면서도 당사자들이 본안에 관해 구체적으로 다투고 있다며 이용료의 위법성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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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지역별 정산업무를 독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동의 즐거움이 카드사들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카드사들이 이동의 즐거움과 이용계약을 체결한 것은 신용카드회원의 추가적 확보 및 그로 인한 수수료 수익 증대, 고객 락인 효과 등을 위해 선택한 경영상 판단이라고 봤다.
이용료도 단순히 카드 거래를 대가로 받는 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동의 즐거움이 독자적인 정산시스템과 비접촉 결제시스템을 개발하고 단말기를 유지·관리하며 카드사별 이용내역을 분류해 정확한 대금 청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결제대행업체와 교통정산사업자인 이동의 즐거움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정산 관련 비용을 버스회사 등 운송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동의 즐거움이 거리·환승·할인 등을 반영한 이용정보를 카드사별로 분류해 전달하고 카드사들은 이를 근거로 회원들에게 정확한 교통 이용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카드사들은 후불교통 기능을 통해 회원 확보와 고객 유지 등의 이익도 얻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중교통 운송기관뿐 아니라 카드사들을 위해 제공되는 부분도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