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를 소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유족은 병원의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놓쳤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이혜랑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8월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한 요양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60대를 소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잠을 자던 피해자는 무게 5㎏짜리 소화기에 5~6차례 가격당해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다음날 숨졌다.
피해자는 경증 치매를 앓고 있었다. 기존에 입원해 있던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7월 해당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변을 당했다.
A씨 역시 치매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체격이 큰 피해자가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먼저 살해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으며, 치매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였던 만큼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소화기로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린 점 등을 들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범행 전후 상황과 피해자의 반응 등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진술하며 자신의 책임을 인식하는 점을 근거로 심신장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망상 증상이 범행 동기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양형에 참작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검찰도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병원 측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딸은 사건 당시 병실이 있는 층에 간호사 등 의료진이 없었고, 아버지가 발견된 뒤 구급차로 이송되기까지 30분이 걸렸다고 밝혔다. 유족은 병원이 환자를 방치하고 응급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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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처음 가족에게 설명한 사고 경위도 실제와 달랐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딸은 병원이 어머니에게 "다른 환자와 싸우다가 넘어져 다쳤다"고 설명했으며, 아버지가 수술을 받는 도중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소화기에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딸은 '사건반장'에 "수술 후 집중치료실로 옮겨진 아버지를 보고 주저앉았다"며 "너무 처참했다. 제가 생각한 아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사건을 인지한 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응급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당직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으로 옮겼으며, 이송 과정에는 응급구조사나 간호사가 동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