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족이라던 남편이 사실은 탈북민이었으며 북한에서 낳은 딸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여성이 혼인 무효가 가능한지 법적 조언을 구했다.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결혼 8년 차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동갑내기인 A씨와 남편은 같은 마트에서 일하며 처음 만났다. 당시 남편은 자신을 중국 연변 출신 조선족이라고 소개하며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부모님은 중국에서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다.
결혼생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A씨는 모르는 젊은 여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대 여성은 A씨 남편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얼마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A씨가 추궁하자 남편은 그동안 숨겨왔던 과거를 털어놨다. 자신은 조선족이 아니라 2012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이며 북한에서 결혼해 딸까지 낳았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남편은 A씨와 함께 아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모아둔 공동 적금을 몰래 해지하고, 탈북 브로커에게 4000만원을 건네 딸을 한국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A씨는 "제가 알고 있던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며 "큰돈을 쓰면서 제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난다. 결혼을 무효로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이현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남편이 출신과 과거를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혼인 무효는 혼인신고 당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처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A씨 부부는 서로 혼인할 의사로 혼인신고를 했으므로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혼인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기였다면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며 "특히 민법상 중혼은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남편이 북한에서 한 결혼이 법률혼으로 인정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945명 읽는 중
남편이 A씨 몰래 공동 적금을 해지해 사용한 4000만원에 대해서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따져볼 수 있다"며 "A씨는 남편이 공동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사정을 재산분할 기여도를 판단할 때 '기타 사정'으로 참작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브로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빌린 돈이 있다면 개인 채무로 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도 할 수도 있다"며 "남편의 과거 혼인 관계와 재산 사용 내역부터 확인하고 법적 대응을 서두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