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직장인 A씨는 회사가 사무실과 작업장 곳곳에 설치한 CCTV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 회사는 시설물 보안과 화재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카메라는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과 출퇴근 장면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A씨는 항의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감수하며 일을 해야만 했다. 만약 A씨가 참지 못해 CCTV를 가리는 행위를 했다면 법적으로 어떻게 될까.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CCTV를 가린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처벌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제조업체 공장은 시설물 보안과 화재 감시 등을 목적으로 공장 안팎에 CCTV 51대를 설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직원들의 작업 현장과 출입구를 촬영했다. 출입구의 CCTV는 직원들의 출퇴근 장면을 담았고 작업 현장에도 CCTV를 가동했다.
노조와 회사는 CCTV 운영 방법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 간부들은 CCTV 정식 가동 전 두 차례에 걸쳐 전체 CCTV 51대에 비닐봉지를 씌웠다. 정식 가동 이후엔 직원들의 작업 현장을 촬영하는 일부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웠다. 회사는 이들이 CCTV 촬영을 방해해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며 노조 간부들을 고소해 이들은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CCTV를 가린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CCTV 설치 과정에서 직원들의 동의나 노사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에 회사의 시설물 관리 업무 자체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CCTV가 정식 가동되기 전 전체 카메라 51대를 가린 행위와 정식 가동 이후 작업 현장을 촬영하는 일부 카메라만 가린 행위는 법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초반의 CCTV 가림 행위는 유죄 취지로, 후반의 정식 가동 후 일부 CCTV를 가린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식 가동 이후 일부 CCTV를 가린 행위에 대해 정당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직원들의 작업 모습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면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또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워 일시적으로 촬영을 막은 정도라는 점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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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은 법령에 따른 행위나 업무로 인한 행위, 그 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등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를 정당행위라고 한다.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보호하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의 균형, 긴급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직장에 설치된 CCTV의 설치·운영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는 CCTV가 공개된 장소를 촬영하는지, 출입이 제한된 작업장 내부를 촬영하는지, 촬영 대상과 범위가 어떤지, 시설관리 목적을 달성할 대체수단이 있는지, 노사협의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CCTV를 가리는 등 직원들의 대응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역시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