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성장엔진 'AI인프라'] <2> ①글로벌 '電의 전쟁'
365일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AI 시대 핵심 경쟁력
정전 10년에 한 번꼴…전력 손실률 3%대 그쳐

#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영국 AI(인공지능) 인프라 기업 엔스케일과 영국 에식스주에 50㎿(메가와트) 규모로 설립하려던 AIDC(데이터센터) 계약을 취소했다. 당초 2027년 가동이 목표였는데 전력설비의 노후화로 전력공급 가능 시기가 2030년으로 미뤄져서다.
# 구글의 기후정책 책임자 마스든 한나는 올 초 자사 DC의 병목원인으로 미국 전력망을 지목했다. 노후된 전력망과 까다로운 신규 송전허가가 AI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AI 시대 AIDC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전력인프라 확충 경쟁에 돌입했다. 노후 전력망을 개선하고 주민수용성을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해야 AIDC를 원활히 가동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도 AIDC의 핵심 공급망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양질의 전기가 핵심 경쟁력으로 주목받는다.
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구당 정전시간은 9.32분이다. 미국 가정이 매년 2시간 넘게(131.6분, 2024년 기준) 정전을 겪는 것에 비하면 14분의1 수준이다. 프랑스(71.57분)와 이탈리아(44분)보다 압도적으로 짧다. 정전횟수 역시 연간 0.11회에 그친다. 전력손실률은 3.53%로 독일 등 주요국의 4분의1 수준이다.
전기요금도 저렴하다. 2025년말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1MWh(메가와트시)당 125달러, 산업용은 132달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이 주택용 300~400달러, 산업용 200~300달러인 것에 비하면 절반 이상 싸다.
정부는 이같은 전력 경쟁력을 바탕으로 AIDC 유치에 나섰다. 지난 6월 발표한 3대(반도체·AIDC·피지컬 AI)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2035년까지 민관협력으로 AIDC 18.4GW(기가와트)를 확보하고 AI 시대 화폐인 '토큰'의 생산기지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AI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DC도 국내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AIDC 설립수요는 넘치지만 자국 내 설립은 어렵다. 노후 인프라와 지역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미국 전력 인프라의 70%가 25년이 넘었고 이 중 25% 이상은 50년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력공급이 안정적인 아시아에 AIDC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독자들의 PICK
지금 762명 읽는 중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발간한 전기 보고서에서 세계 전력망 투자액을 지난해 4000억달러(약 529조원)에서 2030년 연간 7000억달러(약 927조원)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AIDC의 전력소비량이 2025년 48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50TWh로 약 2배 늘고 세계 전체의 전력소비도 같은 기간에 2만8200TWh에서 3만3600TWh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전력설비 투자확대에 나섰다. 지난 6월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와 AIDC 구축계획이 더해지면서 전력수급 계획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중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집중확대한다.
전문가들은 전력량 확대와 더불어 송전망과 SMR(소형모듈원자로) 투자를 함께 늘려 병목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는 "AIDC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력량 확충이 필요하고 또 전기를 잘 쓸 수 있도록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주민 기피현상을 피해 데이터센터를 사람이 덜 사는 곳에 짓는 만큼 전력을 원활히 쓸 수 있도록 송전망을 확충하고 PPA(전력직거래)와 SMR를 허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