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경기에서 최선의 선발 카드를 쓰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가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PO) 진출에 단 1승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베테랑 양현종(38) 대신 시라카와 케이쇼(25)라는 파격적인 선발 카드를 내세웠다.
KIA와 LG 트윈스는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 선발 투수로 각각 시라카와와 카를로스 카라스코(39)를 예고했다.
예상 밖의 선택이다. KIA는 지난 17일 1차전에서 5-1, 18일 2차전에서 6-3으로 승리했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PO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이 PO에 진출한 것은 9차례 중 7차례로 77.8%에 달한다.
당장 3차전에서 승리하면 15년 만에 나선 준PO에서 구단 역사상 첫 시리즈 승리를 거둔다. 또한 25일부터 열릴 삼성 라이온즈와 PO를 앞두고 무려 4일의 휴식일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감독이 꺼낸 카드는 양현종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성적부터 차이가 크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2승 6패 평균자책점 4.19, 124⅓이닝 85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LG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위 확정에 힘을 보탰다.
반면 일본인 아시아쿼터 투수 시라카와는 올해 정규시즌 18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4.75에 그쳤다. 83⅓이닝을 소화하며 기복을 보였고, 이번 3차전이 KBO 리그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다.

더욱 의외인 것은 상대 전적이다. 시라카와는 올해 LG와 2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71로 고전했다. 9⅓이닝 동안 8실점했고 홈런도 무려 4개를 허용했다. 특히 오스틴 딘(33)은 시라카와를 상대로 4타수 3안타(타율 0.750) 2홈런을 기록했다. 박동원(36)과 이재원(27)도 시라카와에게 홈런을 뺏어냈다.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도 시라카와는 3⅓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아무리 이번 준PO에서 침묵 중인 LG 타선이라지만, 적어도 시라카와에는 자신감을 갖고 나설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KIA가 시라카와를 내세운 배경에는 시리즈 전체를 고려한 계산이 숨어 있다. LG가 선발로 예고한 카라스코는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12승을 거둔 카라스코는 올해 정규시즌 11경기에서 6승 3패 평균자책점 4.05, 60이닝 50탈삼진을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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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세도 좋다. 카라스코는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LG의 준PO 진출을 이끈 영웅이었다. KIA와 올해 첫 만남이었던 지난 3일 잠실 경기에선 4⅓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지만, 가을야구 첫 등판에서는 베테랑다운 관록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증명했다.
KIA로서는 반드시 카라스코와 양현종을 맞붙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시라카와가 예상보다 긴 이닝을 책임진다면 그대로 승부를 걸 수 있고, 일찍 흔들리더라도 불펜을 투입해 경기를 풀어갈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KIA에는 강력한 타선이 있다. 올해 KIA는 정규시즌 팀 타율 0.271, 174홈런, 장타율 0.435로, 타율 0.264·136홈런·장타율 0.401의 LG에 화력에서 크게 앞선다. 준PO에서도 1차전 김도영(23)의 멀티홈런 4타점, 2차전 1회 5득점으로 타격의 힘을 보여줬다.
반면 LG는 준PO 첫 두 경기에서 4득점에 그쳤다. 2차전에서는 선발 임찬규(34)가 ⅓이닝 5실점으로 강판당해 불펜 소모도 컸다. 카라스코 이후의 선발 운영 역시 여유롭지 않다.
사실상 3선발 체제로 운영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선발 톨허스트가 1차전에서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평범했다. 4선발 박시원(20)은 올해 KIA 상대 2경기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불펜으로 뛰던 시절 2이닝이 전부로 선발로는 상대해 본 적이 없다. 최후의 선발 후보 김윤식(26)도 올해 KIA 상대로는 불펜으로만 3경기 평균자책점 1.42, 6⅓이닝을 기록한 것이 고작이다.
KIA는 3차전에서 패하더라도 21일 잠실 4차전에 양현종을 내세울 수 있다. 시리즈가 광주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17일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제임스 네일(33)가 충분한 5일 휴식 후 재등판이 가능하다. 반대로 시라카와와 불펜으로 3차전 승리를 거둔다면 양현종을 소모하지 않고 시리즈를 끝내는 최상의 결과를 얻는다.
시라카와 선발 카드는 2연승을 거둔 KIA가 갖게 된 여유를 보여주는 선택일 수 있다. 2승을 먼저 확보한 KIA와 1패만 해도 탈락하는 LG의 처지는 다르다. LG가 카라스코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면, KIA는 시라카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면서도 다음 승부를 준비할 수 있다.
양현종을 아낀 KIA의 판단이 PO 진출을 앞당길지, 아니면 벼랑 끝 LG에 반격의 기회를 내줄지 팬들의 관심이 잠실로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