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만에 1.3조 이탈..대출금리 상승 부작용 우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상승으로 이 달 들어 증권사 CMA에서 하루에 1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투자처를 잃은 개인들이 너도나도 고금리 예금을 쫓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CMA의 대규모 자금이탈은 대출금리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공채와 은행채, CD 위주로 CMA를 운용하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인출 요청에 응하기 위해서는 보유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24개 증권사의 CMA 잔고는 총 30조5924억원으로 나타났다. 9월말 CMA 잔고는 31조9810억원이었다. 증권사 영업일로 따지면 불과 12일 만에 1조3886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하루 1262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9월 한 달 동안 3542억원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큰 규모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9월말 대비 2201억원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우리투자, 한국투자, 동양종금, 하나대투, 현대, 삼성증권 등에서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단기 고수익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CMA에서 이처럼 뭉칫돈이 빠져 나가는 것은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에 빠진 시중은행들은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7%대까지 올렸다. 저축은행들도 8%대의 정기예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현재 증권사 CMA의 평균 금리는 5.25-5.5%로 예금보다 2%포인트 이상 낮은 상태다.
증권업계 한 마케팅담당자는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CMA를 뛰어 넘으면서 상품을 갈아타려는 고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또 미국발 금융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CMA 자금이탈에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역전으로 CMA의 자금이탈이 심화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 유동성 악화로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CMA 보유 물량(채권)까지 대거 쏟아질 경우 추가 상승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
특히 8%대로 올라선 은행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가계 및 기업 이자부담 증가-내수부진-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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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이 2조원의 유동성을 긴급 지원한 것도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CMA의 자금이탈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커 2조원의 유동성 공급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형증권사 한 CMA담당자는 “30조원이 넘는 CMA의 보유 채권 중 90% 이상은 국공채와 은행채, CD 등으로 이중 30% 이상이 은행채에 집중돼 있다”며 “대규모 자금인출이 지속될 경우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상승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