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로 설명안되는 장..가격,유동성,디커플링요소
'이 가격에 버리자니 아까워서….'
'경기 지표를 일일이 반영해 떨어뜨리자니 시장 주변에 놀고 있는 유동성이 너무 많아서….'
시장 체력이 의외로 강하다. 단기 랠리를 이끌었던 미국의 배드뱅크 설립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과 해외 증시의 하락도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다. 코스피지수는 2일 장중 1165.05를 기록, 전일 대비 3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개인이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이 1100억원 사들였고, 기관이 1080억원 팔았다.
펀더멘털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내외 경제지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그런데도 유독 국내 주가가 버티는 이유는 뭘까. 저점을 높이는 주식시장은 대체 무엇을 주시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가격이다. 지수 1100 내외는 2008년 실적을 기준으로 PBR이 0.95~1배다. 물론 2009년 기업 이익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들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튀어나올 경우 1000 내외까지 언제라도 밀릴 수 있다는 것이 투자가의 시각이다. 불안 요인이 없지 않지만 PBR 1배 내외는 던질 이유로 약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주가의 절대적인 수준뿐 아니라 원화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묻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동성도 주가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연 8%에 육박했던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6%를 간신히 넘을 정도로 금리 매력이 떨어졌고, CMA와 MMF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하 이후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는 움직임이나 VIX를 포함한 리스크 관련 지수의 변화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을 엿볼 수 있다. 주가 조정 과정에 악재들을 반영했다는 인식과 함께 안전자산 수익률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자금들이 슬슬 위험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GDP 성장률과 최근 발표된 산업생산, 수출동향, 고용, 내수 등 어떤 경제 지표로도 최근 주가 흐름은 설명하기 힘들다"며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은 채 주가가 저점을 높이는 것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을 만큼 주가 수준이 낮아졌고,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투자심리의 변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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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떨어진 종목이 먼저 오르는, 즉 펀더멘털 반영보다 가격 형성이 선행하는 장세이며 앞으로 증시 주변 유동성의 시장 유입이 늘어날 경우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경제지표의 절대적인 수치만큼 중요한 것이 등락 폭인데, 1월 수출이 32% 줄어들였지만 전월 대비 감소폭이 12월에 약 12%에서 4%로 축소된 점이 이날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GDP 성장률 감소폭이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에 주가도 저점을 통과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해외 증시와 차별화된 움직임에 대해 서정광 팀장은 "G7 국가의 2009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3%대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은 5% 이상 성장이 기대되고 한국 역시 마이너스 폭이 선진국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저점을 높이는 지수 흐름이 1300을 돌파하는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승주 동양종금증권 신촌지점장은 "주가가 저렴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저점을 깨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며 "1300~1400까지 오른 후 한 차례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차익실현이 아닌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로 주식을 던질 자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펀더멘털 불안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에 단숨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승주 지점장은 "가격 메리트와 유동성이 맞물리며 견조한 주가 흐름이 연출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유동성 장세로 볼 수 있으며, 금융장세가 실적장세로 이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