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안착의 조건](종합)

글로벌 정세 불안에도 오픈AI의 차세대 인공지능(AI) 'GPT-6 아스트라(Astra)가 공개되면서 국내 주도업종인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과 투자심리가 재확인되고 있다. 9월 들어 코스피 우상향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관들의 코스피 전망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조심스러운 국내 증권사들보다 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어 코스피가 실제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외국계 기관, 코스피 9000~1만2000…투자의견도 '비중확대' 다수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주식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코스피 목표치인 지수 1만2000 전망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올린 건 지난 6월 3일로 당시는 코스피 지수가 8000을 넘어 9000을 향해가고 있을 때다.
모 전략가의 이번 인터뷰 내용은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출시에 따른 극심한 국내 시장 변동성과 8월 순환매(매수세 순차적 이동) 장세를 겪고 나서도 유지되는 낙관적인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지난 7월 코스피는 최악의 유동성 쏠림과 외국인 이탈로 지수가 골드만삭스 목표치의 절반도 안 되는 5000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골드만삭스의 코스피 지수 1만2000 관측의 근거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국내 주도업종(반도체) 슈퍼사이클 가능성이다. 모 전략가는 "우리가 예상하는 실적이 (반도체 종목에서) 뒷받침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여전히 목표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은 이번 실적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모간스탠리도 지난달 초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제시하며 7월 폭락을 오히려 상당 부분 악재가 주가에 반영된 '리셋'(재설정)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더욱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동시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영향과 이에 따른 규제 강화로 개인투자자 이탈이 발생, 국내 수급 여력이 약해진 만큼 하반기에는 외국인 투자자 유입 여부가 코스피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홍콩계 투자은행 HSBC도 지난달 국내 증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는데 변동성이 완화됐고 과도한 레버리지 리스크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의견을 냈다. 이 외에도 노무라증권은 지난 4일 삼성전자(269,500원 ▼500 -0.19%)와 SK하이닉스(1,793,000원 ▲10,000 +0.56%)의 투자 전망을 여전히 높게 보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코스피 지수 등락에 큰 영향을 주는 주도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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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씨티는 지난달 신흥국 자산 배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펀더멘탈 종합점수를 12개국 중 1위로 평가하고도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유지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1~8월 170조 순매도 외국인, 그래도 9월엔 1조 순매수…외국인 투자 방향 중요
국내 자본시장은 9월 들어 코스피에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모간스탠리가 하반기 코스피 방향성의 지표로 외국인 투자자 유입 여부로 진단했었는데, 이달 들어 거래소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조4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8일에도 외국인은 7092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4251억원, 기타법인이 1조765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2조884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7일에만 한국거래소에서 2조5137억원을 외국인이 순매수하며 5%에 육박하는 코스피 상승률을 이끌었다. 지난 8월 시장 전체에 순환매 양상이 나타나며 변동성이 완화된 상황에서도 1조원가량 외국인이 순매도했던 것과 비교된다.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약 170조원을 순매도할 만큼 시장 이탈 기조를 보였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 흐름 변화와 외국계 기관들의 긍정적 전망, 주도주인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 및 대규모 주주환원 움직임 등이 하반기 코스피 반등의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1일 코스피·코스닥·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 150조원을 넘었지만 지난 2일에는 35조원으로 축소될 만큼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줄었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선현물 투자방향에 따라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번 달 코스피가 8000을 회복하고 연말에는 1만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놨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와 이에 따른 이익 안정성이 부각되며 미국 금리, 중간선거 변수 등에도 반도체 주도주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유안타 등 국내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 상단을 8000 이상으로 제시하며 박스권 유지보다는 반등에 힘을 실었다. KB증권은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재정 우려와 고금리는 분명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지만 당장의 시장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9월에는 언제든지 주식 비중을 올릴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달 코스피 상단을 8000으로 제시한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269,500원 ▼500 -0.19%), SK하이닉스(1,793,000원 ▲10,000 +0.56%)의 주주환원이 코스피 지수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국내 주식시장 전략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자사주 취득액 8조500억원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와 맞먹는다"며 "변동성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부담이 낮아지면 확정 매수가 외국인 공백을 메우며 하단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대형 반도체주가 살아나면서 4분기 이후 계단식 상승을 예상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4,720원 ▲20 +0.43%) 연구원은 "9월 코스피는 6700~8100 밴드 내 중립 이상의 장세 흐름을 전개할 것"이라며 "9~10월 계단식 상승 경로를 따라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봤다.
국내 증권사들은 AI 반도체 수급,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근거로 올 연말 코스피가 1만 이상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상단을 1만1000, 삼성증권(87,300원 ▼400 -0.46%)은 1만2600까지 열어뒀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시장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핵심 근거다. 양일우 삼성증권(87,300원 ▼400 -0.46%) 연구원은 "시장은 3분기부터 낮은 수준의 반도체 가격 상승만 가정하고 있는데 이미 시장 추정치는 충분히 보수적"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규모는 TSMC의 각 2.5배, 1.9배로 밸류에이션 할증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리포트에서 "반도체 이익 추정치의 정체로 상방을 뚫어줄 재료가 부족하고 7500 위로 누적된 개인 매물대가 명확한 저항선으로 작동한다"며 당분간 7000 전후의 박스권 장세를 예상했다.
미국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증권사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김재승 현대차증권(8,010원 ▼190 -2.32%) 연구원은 "10월 앤트로픽 상장과 11월 미국 중간선거라는 두 개의 큰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11월 이후 국내와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리포트에서 "4분기로 갈수록 미국 중간선거 불확실성과 수급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며 "이때 기존 주도업종도 상승 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코스피지수가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살아나며 7000에 육박했지만 1만선 도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리와 환율이 급변동하며 매크로 불안 요인이 커진 가운데 상반기 상승장을 이끌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증시 동력을 약하게 만든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미국-이란전, 미국 중간선거 리스크도 코스피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8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153.17엔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에 이어 엔 환율까지 급락(엔화가치 상승)하며 환율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과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증시가 급락했던 기억이 소환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가파른 엔화 강세는 지난 2024년 8월 엔캐리 청산 우려 당시를 상기시킨다"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금방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융시장이 안정적이고 미국·일본 개입 가능성도 높아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앞서 7월 이후 급격하게 내린 원/달러 환율(원화 강세)로 기업 원화 환산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수출·경기민감주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나타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강세 분위기는 원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원/엔 동조화 현상이 강화된 상황에서 엔 환율 추가 하락 시 원/달러 환율도 동반 하락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금리 움직임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채 30년 금리는 지난 2분기 말 4.903%에서 2개월여 만에 33.3bp(1bp=0.01%) 상승해 5.2%대를 넘어섰다. 이란전이 장기화되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물가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 재정 문제와 성장 호조 등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되면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기조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밖에 길어지는 미국-이란전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타날 수 있는 중국과의 무역·관세 관련 긴장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 가능성이 코스피의 본격적인 반등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000억원 순매수하며 매수세로 전환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9조8000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예탁금도 93조원대로 떨어지며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