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는 빠르게, 약값은 낮게'…차기 FDA 수장 인선에 제약업계 '촉각'

'허가는 빠르게, 약값은 낮게'…차기 FDA 수장 인선에 제약업계 '촉각'

정기종 기자
2026.08.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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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버턴 후보자에 신약 허가 가속·임상 개편·약가 인하 주문
국내 제약업계 美 관련 사업 형태 따라 기대·우려 교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약 허가 가속과 의약품 가격 인하를 동시에 추진할 차기 식품의약국(FDA) 수장 후보를 낙점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 간소화는 미국 시장 진입에 긍정적이지만, 약가 인하는 현지 판매와 로열티(경상기술료)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혈액제제, 백신 등 미국 사업의 형태와 진출 단계에 따라 기업별 영향도 엇갈릴 전망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하이디 오버턴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부국장을 차기 FDA 국장 후보로 지명했다. 의사 출신인 오버턴 후보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펠로로 활동한 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를 거쳐 2기 행정부에 합류했다. 현재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버턴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신약 허가 가속과 미국의 제약 혁신 확대, 임상시험 제도 개혁, 의약품 가격 인하 등을 주문했다. 오버턴 후보자는 향후 상원 인준을 거쳐 FDA 국장에 취임하게 된다.

제약업계는 오버턴 후보자가 인준되면 FDA가 추진해온 신약·바이오시밀러 규제 효율화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FDA는 이미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비교임상 효능시험과 일부 약동학시험의 필요성을 줄이고 분석자료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개발기업에는 임상기간과 비용을 줄여 미국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약가 인하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개별 품목의 적용 여부와 현지 사업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가정책은 FDA 국장의 직접적인 권한이 아닌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최혜국대우(MFN) 약가정책의 대상과 적용 방식도 아직 구체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84,900원 ▲2,200 +2.66%)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폐암 신약을 통해 로열티를 받고 있어 향후 약가정책의 적용 범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은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으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유한양행은 현지 판매액을 기반으로 산정한 로열티를 2024년부터 받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현재 공개된 미국 메디케어 약가협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향후 MFN 약가정책이 단일공급 브랜드 의약품 전반으로 확대돼 레이저티닙의 미국 판매가격이나 순매출이 낮아질 경우 유한양행의 로열티 산정 기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환자 부담 완화와 보험 접근성 개선으로 처방이 늘면 가격 하락분을 일부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동아에스티(38,250원 ▲750 +2%)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경쟁 심화가 동시에 예상된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는 지난해 미국에 출시됐다.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 인타스와 미국 계열사 어코드 바이오파마가 현지 판매를 맡고 동아에스티는 판매이익에 연동한 로열티 등을 받는 구조다.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은 이뮬도사의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개발요건 완화로 후발 제품의 시장 진입까지 빨라지면 가격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 이뮬도사는 이미 FDA 허가와 출시를 마친 만큼 개발 절차 간소화의 직접적인 수혜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향후 실제 영향은 경쟁 제품의 추가 진입과 미국 보험사 처방집 등재, 판매가격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509,000원 ▲5,000 +0.99%)은 임상·허가 속도와 장기 상업성 측면 영향이 엇갈릴 수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최근 제넨텍에 기술이전했다. FDA의 임상시험 제도 개편이 HM17321의 개발계획에도 적용될 경우 임상 진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이전 이후 글로벌 개발 주체가 제넨텍인 데다 구체적인 임상계획과 마일스톤(기술료)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만치료제가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력이 집중되는 분야라는 점도 변수다. HM17321은 초기 임상 단계여서 당장 한미약품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향후 미국 판매가격은 후보물질의 상업적 가치와 판매 로열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GC녹십자(130,500원 ▲3,400 +2.68%)는 혈액제제와 백신에서 정책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충북 오창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한다. 미국 의약품 관세 포고령은 혈장유래 치료제를 무관세 적용이 가능한 예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알리글로의 국내 생산에 따른 직접적인 관세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백신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오버턴 후보자는 케네디 장관과 함께 백신 접종정책을 축소·재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정책을 추진해왔다. 백신이 주요 사업축인 GC녹십자에 당장 미국 매출 감소가 발생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미국발 접종정책 변화가 글로벌 백신 수요와 개발투자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GC녹십자는 백신 역시 미국보다 국제조달시장을 통한 다른 국가를 주요 공급처로 삼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는 알리글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이번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은 제한적이고, 백신 쪽도 당장 미국의 정책 기조보다 조달시장 변수의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다만 FDA 정책 및 규제 환경 변화는 글로벌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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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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