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맞아 맷집 세진 중국…"예상 밖 결과" 제재기업 특허 확 늘어

미국에 맞아 맷집 세진 중국…"예상 밖 결과" 제재기업 특허 확 늘어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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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국기가 2026년 5월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도로에서 펄럭이고 있다./사진=로이터
중국과 미국의 국기가 2026년 5월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도로에서 펄럭이고 있다./사진=로이터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업의 기술 자립을 촉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된 중국 기업들이 공개된 과학 문헌을 인용한 특허가 평균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선전대와 칭화대, 홍콩대 연구진은 2010~2022년 중국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출원한 특허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된 중국 기업의 '과학 연계 특허'는 제재 이후 평균 72% 증가했다. 과학 연계 특허는 학술논문 등 과학 문헌을 인용한 특허를 뜻한다. 미국이 첨단기술 접근을 차단하자 중국 기업들이 공개된 과학 연구를 활용해 외국 기술을 역설계하거나 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미국의 무역 제재가 정책 입안자들이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제재가 단기적으로 대상 기업의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하지만 내부 역량 개발과 전략 전환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기존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 통합되기보다 별도의 기술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이 제재 이후 과학 연구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특허에서 학술논문을 인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동시에 기업이 직접 발표하는 학술논문도 증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왕옌보 홍콩대 경영대학 혁신·기업가정신센터 부소장은 미국의 기술 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 시스템으로부터 차단되면 중국 기업들은 기존 기술을 스스로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며 "본질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독립적인 별도의 기술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 기업의 과학 연구 역량은 아직 미국 기업에 미치지 못했다. 2022년 전체 특허 가운데 과학 문헌을 인용한 비율은 미국 기업이 37%로 중국 기업의 22%보다 높았다. 특허 한 건이 인용하는 과학 문헌도 미국 기업은 평균 17.5편으로 중국 기업의 5편을 크게 웃돌았다. 국제 학술논문 생산량에서도 2021년 기준 미국 상장기업은 기업당 평균 20편을 발표한 반면 중국 상장기업은 4편에 그쳤다.

연구진은 미중 기술 디커플링이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별도의 기술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왕 부소장은 "일정 수준의 경쟁은 지식 생산과 상업화에 도움이 되지만 글로벌 혁신 공동체가 분열되면 지식의 흐름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세계 주요 과학 지식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만큼 중국 과학계와의 협력은 미국에도 상당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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