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IPO 청약 조작 의혹에 8000억원 동결…역대 최대 규모

홍콩, IPO 청약 조작 의혹에 8000억원 동결…역대 최대 규모

베이징(안정준)=안정준 특파원
2026.10.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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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오전의 증시 상황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사진=로이터
2017년 2월 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오전의 증시 상황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사진=로이터

홍콩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신주 물량을 독점하고 청약 수요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 투자자 집단에 대한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자산 46억6000만홍콩달러(약 8000억원) 이상을 동결하고 해당 종목의 주식거래도 중단시켰다. 홍콩이 비슷한 사건에서 동결한 자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전일 31개 증권사에 자산 처분 제한 명령을 내려 개인과 기업 등 12개 주체의 자산 46억6000만홍콩달러 이상을 동결했다. 홍콩 증시의 IPO 국제배정 과정에서 신주를 대량 확보해 시장 수요를 왜곡한 혐의를 받는 투자자 집단이 조사 대상이다.

SFC는 전일 오전 9시부터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밀크티업체 '차바이다오'의 주식 거래도 중단시켰다. 차바이다오는 2024년 4월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특정 투자자 집단이 차바이다오의 신주 배정과 청약 수요를 조작했단 의혹이 제기됐고 이번에 SFC가 관련자 자산 동결과 종목 거래중단에 나선 셈이다.

조사의 핵심은 홍콩 IPO 시장에서 이른바 '바오판(包盤)'으로 불리는 신주 배정 조작 관행이다. 바오판은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이 비공개 약정을 통해 IPO 국제배정 물량의 대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실제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것처럼 꾸미고 상장 이후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바오판에 관여하는 투자자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역외 지역에 여러 법인을 설립해 신주를 분산 배정받는 방식으로 실제 투자 주체와 지분 집중도를 감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개인투자자나 중국 본토의 홍콩 주식 투자자에게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SFC가 조사하는 첫 번째 투자자 집단은 쑨란이라는 여성과 역외 법인 8곳 등 총 9개 주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차바이다오와 안과 신약개발업체 보캉스윈제약의 IPO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SFC는 이 집단과 관련해 43억7900만홍콩달러의 자산을 동결했다. 쑨란은 홍콩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자스국제투자의 금융업 종사자로 과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두 번째 집단은 류하오란과 홍콩 등록 기업 2곳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SFC는 2억8500만홍콩달러의 관련 자산을 동결하고 첫 번째 집단과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일부 상장사가 IPO로 조달한 자금을 비공개 약정을 통해 신주 배정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사가 조달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처럼 처리한 뒤 해당 자금이 주요 신주 인수자와 관계자들에게 다시 흘러 들어가는 방식이다.

렁펑이 SFC 최고경영자는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IPO 조작과 주가조작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SFC는 관련 자산을 보전한 뒤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 투자자에 대한 배상 절차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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