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기회부족·정치권 무책임에 시위…강경 진압에 과격화 조짐
![[렌=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렌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이 "존재하려면 저항하라"라고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 등도 가세한 이들의 시위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6.10.1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511310581011_1.jpg)
"교사를 달라고 했더니 경찰을 보냈다."
프랑스 고교생 단체 대표 빌렐 나르지시(17)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르몽드에 이같이 말했다. 교사 부족과 열악한 학교시설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미성년자들이 중상을 입으면서 더 확대되고 격렬해지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추산 약 16만명, 주최측 추산으로 48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은 충분히 교육 받지 못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학생 시위는 유럽 각국을 넘어 중남미 등으로 확산세다.
교사도 예산도 부족…교육환경에 쌓인 불만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르몽드 등을 종합하면 프랑스 고교생들의 시위는 지난달 중순 시작돼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처음 거리로 나온 이유는 열악한 교육환경이다. 학교 시설 노후화로 창문이 떨어지고, 폭염이 덮쳤던 올여름 교실 온도가 섭씨 40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 즉 '선생님'이 없어 수업을 듣지 못하고 있다. 2024~2025학년도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교사 부재에 따른 수업 결손은 1540만 시간으로 전체 예정 수업의 7.5%에 달했다. 교육투자도 줄었다. 중등교육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2010년 1만1910유로에서 2024년 1만1660유로로 2.1% 감소했다. 학생 한 명에게 투입되는 비용이 14년 전보다도 감소한 셈이다.
프랑스 정부는 대체 교사 3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는 참여 주체가 다양해지며 커지고 있다.
벨기에도 교육 긴축정책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벨기에 프랑스어권 정부는 2029년까지 교육 부문에서 5억유로(약 7560억원)를 절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밀레이 정부의 긴축정책이 대학생들의 불만을 키웠다. 2026년 3월 아르헨티나 국립대학협의회(CIN)에 따르면 국립대학 정부 지원금은 2023년 대비 45.6% 감소했다. 대학이 실제로 운영에 쓸 수 있는 돈이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노력해도 달라질 게 없다"…취업난과 불공정
![[티라나=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의 교육부 인근에서 에디 라마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플라밍고 혁명 시위' 운동 주최 집회에 참여했다가 부상한 시위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알바니아의 '사잔 섬' 일대에 고급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촉발된 반대 운동이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2026.10.1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511310581011_2.jpg)
취업과 공정한 기회에 대한 불만도 청년들을 거리로 이끌고 있다. 국가가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 결과가 학생 개인의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프랑스 고교생 단체 대표 피에르 수르자(17)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시골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한 학년의 3분의 1 동안 프랑스어 교사 없이 공부했다"고 밝혔다.
알바니아에서는 대학 교육비와 졸업 후 취업 전망에 대한 불만이 정부 부패 문제와 맞물려 정권 퇴진 요구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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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청년시위는 교육과 기회문제를 넘어 정치·사회 이슈로 확산한다. 청년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은 지난 7월 의대 시험지 유출로 2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에 분노해 모였고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선거인명부 정비 과정에서 유권자 명단이 대거 삭제된 것에 반발하며 선거관리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전세계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세계 44개국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2024년 30%에서 2025년 48%로 늘었다. 올해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55%가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 추가 교육, 창업 등 중요한 인생계획을 미뤘다고 답했다.
경찰 진압에 반발…깊어지는 갈등
정부 대응이 분노를 더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14세 학생이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얼굴을 맞아 턱뼈와 치아가 손상됐고, 한 15세 학생은 진압용 수류탄에 맞고 한쪽 손을 잃었다. 프랑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6877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이 가운데 86%가 미성년자였다.
지난 10일 인도 델리 경찰은 청년단체 CJP의 집회를 막고자 단체 지도자 3명 등을 체포하고 참가자 2000명 이상을 연행했다. 이후 상징적인 시위 장소 '잔타르 만타르'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CJP는 이에 반발해 전국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대학 재정 지원법을 정부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유보했다. 이에 학생과 관계자들은 15일(현지시간)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여론조사기관 IFOP 프레데리크 다비 대표는 '최근 고교생 시위는 정치권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 데서 비롯된 광범위한 위기'라고 분석했다. 국제 시민사회단체 시비쿠스(CIVICUS)도 지난 3월 보고서에 '청년들이 경제적 기회 부족뿐 아니라 책임지지 않는 정치·경제 권력에 반발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의 강경 대응이 시위를 더욱 키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