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베네수엘라 민주화보다 석유가 우선 순위…마차도 귀국 걸고 물밑 협상 가능성"

베네수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0개월 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간) 귀국했다. 미국에 구금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현재 베네수엘라 정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시점에서 야권인사 마차도가 귀국한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석유 패권과 얽혀 있어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
마차도, 목숨 건 탈출 이후 10개월 만에 귀국
마차도는 이날 엑스(X)에 "지금 여기, 여러분과 함께"라는 글을 올렸다. 베네수엘라에 귀국했음을 알린 걸로 풀이된다. 마차도는 수많은 관중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는 영상과 함께 "베네수엘라에서, 자유를 위해"라는 글을 추가로 게시했다.
축출된 마두로 대통령은 앞서 마차도에게 대통령 암살, 부패와 불법 시위 주도 등 혐의를 씌워 체포를 시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2024년 7월 대선 이후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서 은신 생활을 했다. 지난해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자 마차도는 비밀리에 베네수엘라를 탈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회견 등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인접국에서 망명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마차도는 여러 차례 베네수엘라 귀국을 시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석유 사업 이권을 고려한 트럼프 행정부가 마차도의 귀국을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가 강진 피해를 입은 지난 6월에도 귀국을 시도했으나 미국 반대로 좌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네수엘라 민주화, 아직 멀었다고 보는 이유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앞세워 베네수엘라 임시정부를 통제 중이다. 기존의 마두로 측근들에게 기득권을 보장하는 대신 현지 석유 개발 권리를 받아내는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외신들은 추측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민간 기업을 통해 현지 17개 유전을 개발하고 원유 생산량 55%를 원가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현지에서는 자원 착취라는 비판이 나왔다.
WSJ는 "마차도가 귀국하면 로드리게스와 갈등이 시작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와 관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마차도가 귀국하면 로드리게스를 비롯한 마두로 대통령 측근들을 교체하기 위한 선거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마차도도 로드리게스의 석유 협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차도는 늦어도 내년 7월에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마차도가 귀국 전 트럼프 행정부와 물밑 협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민주화가 급물살을 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플로리다 국제대학교 소속 고든 연구소의 임다트 오네르 선임 연구원은 미국 플로리다 공영매체 WLRN 인터뷰에서 "마차도는 무슨 조건으로 베네수엘라로 귀국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분명 비공개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네르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와 협상한 석유 사업"이라며 선거는 2028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 사업에 관한 비판을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마차도가 귀국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마차도가 급격한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